일제감정기부터 6ㆍ25전쟁, 4ㆍ19혁명 등 굴곡진 한국사와 역사 속 인물을 쉽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최홍규 역사학자가 36년 만에 완성한 <솔바람 소리 - 한 역사학자의 삶과 학문 그리고 어머니>(국학자료원刊)다.
지난 11일 만난 저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겪은 역사와 역사 속 인생사에 대해 풀어냈다”며 “조선시대의 역사부터 피부로 느낀 근대사를 펼친 만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1장 ‘솔바람 소리’는 저자 개인의 독서와 사색, 역사학자로서 시대를 성찰한 모습을 교차시킨 학문적 회고록이다. 1985년 교수자리에서 해직돼 1990년 복직한 그는 5년간 해직 교수로서 고뇌 어린 시련 속에서도 신채호, 박지원, 한용운, 이육사 등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또 경기지역사를 학문적 차원에서 개척하려 한 그의 의지와 긴장감 넘치는 문장력이 크게 돋보인다.
제2ㆍ4ㆍ6ㆍ7장은 최 역사학자의 큰 관심사인 조선후기 향촌사회와 정조, 화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정조대왕이 우하영, 박지원 등과 함께 화성을 세우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지방행정구역 개편과 농업, 상공업 개혁 등을 다뤘다. 특히, 제7장 ‘사론과 서평’에선 2009년에 발굴된 정조의 편지글 ‘정조 어찰첩’을 통해 계몽주의 현실정치에 대한 경륜과 반대 당파, 신료들을 노련하게 다루는 통치자의 통념을 뛰어넘는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제3장에서는 해방을 이끌어낸 독립운동가 신채호를 위주로 다루고 있다. 제5장에서는 국내 세계문화유산의 유형을 나눠 관광의 차원에서 독자들에게 지금을 이끌어갈 현대자료가 될 수 있다.
제8장은 지난 2010년 손녀와 손자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가 실려 있다. 그는 “손녀와 손자가 어렸을 적에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담아 써내려간 편지”라며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된 아이들을 보며 역사를 이끌어나갈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같이 다양한 역사와 삶을 담은 책은 고뇌의 끈을 놓지 못하고 역사와 문학에 전념하는 독자들에게 탐구의 도전을 일깨워 주면서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최홍규 역사학자는 “오래전부터 연구해오던 학문을 모두 담아냈다. 언제 또 이런 책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후손들이 <솔바람 소리>를 통해 역사에 바로 알고 현시대를 잘 이끌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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