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스승의 날이 다가왔다. 내 기억 속에 선생님을 떠올려 보자. 풍금을 치시던 모습이 선한 경동 유치원 선생님, 반 아이들과 단체로 리코더를 불며 결혼을 축하해 드렸던 명일초 5학년 담임 선생님, 남북 회담을 앞두고 김일성이 죽었다며 펑펑 울던 모습이 인상에 남은 명일초 6학년 담임 선생님, 옆반과 매주 아이스크림 내기 농구 시합을 개최하며 나를 농구의 세계로 끌어들였던 강일중 3학년 담임 선생님, 찰지게 귀싸대기를 때렸던 한영고 독일어 선생님… 참 많은 선생님이 떠오른다.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선생님을 찾아뵙기 시작, 1963년 이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로 알려졌다. 1965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스승의 날이 정해졌고, 1973년 잠시 폐지됐다가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해 다시 부활됐다. 그 후 40년이 흘렀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최근 교총이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8%의 교원은 사기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9년 설문 조사 결과보다 22%p 증가한 것이다. 교권 보호가 잘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50.6%였고,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학부모 민원과 관계 유지’(20.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ㆍ‘학부모 민원에 교사들이 시달려 못살겠다’ 이런 말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은사님께 가장 드리고 싶은 선물 1위로 ‘모바일 쿠폰’(33%)이 꼽혔다고 한다. 스승의 날이라며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든가, 카네이션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도 이제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치부되며 옛이야기가 됐나 보다.
학생ㆍ어른 할 것 없이 지쳐가는 코로나19 시대. 스승의 날을 맞아 옛 선생님을 추억하며 잔잔한 미소를 띠어보는 건 어떨까.
이호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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