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너머 사람을 보자] 2. 코로나19 시대, 늘어나는 택배 쏟아지는 과제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택배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4일 오전 한진택배 광주영업소에서 수많은 택배 박스가 분류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택배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14일 오전 한진택배 광주영업소에서 수많은 택배 박스가 분류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생활의 일부였던 택배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필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불거진 택배기사 과로 문제부터 저상차량을 둘러싼 논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6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33억7천373만개로, 2019년 27억8천980만개 대비 20.9% 늘었다. 앞선 2018~2019년 연 9%대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매출액도 늘었다.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은 7조4천925억원으로, 2019년 6조3천303억원 대비 18.4% 뛰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을 넘어설 만큼 성장하면서, 물동량과 매출액이 함께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업계 수익성은 되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 가격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박스 1개당 평균단가는 2015년 2천392원에서 지난해 2천221원으로, 7.1% 하락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3% 떨어졌고, 같은 기간 한진택배의 영업이익은 47.6% 줄어든 133억원을 기록했다. 사측에선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으로 지출 비용이 늘어난 탓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이택용씨(60ㆍ가명)와 동행했던 한진택배 광주영업소도 마찬가지였다. 성남시 중원구 창곡동 라인에 배정된 분류 전담인력은 7명이었지만, 실제로 현장에 투입된 건 4명뿐이었다. 여전히 모든 기사들이 달려들어 물건을 분류해야 했다.

국내 택배시장의 물동량 및 매출액 추이. 유동수 화백
국내 택배시장의 물동량 및 매출액 추이. 유동수 화백

여기에 ‘저상차량’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면서다. 3년 전 택배대란을 일으킨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판박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집계한 전국 지상 출입금지 아파트는 179곳이다. 경기도의 경우 성남, 고양, 용인 등의 브랜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상 진입이 제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아파트의 요구는 아파트 입구에 차량을 대고 손수레로 배송하거나, 저상차량으로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라는 것이다. 문제의 지상 공원형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제한 높이가 2.3m로, 통상 높이가 2.5m인 일반 탑차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손수레를 쓰면 아파트 단지마다 평균 1.4㎞ 거리를 더 움직여야 한다.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 20분 이상 소요된다. 저상차량을 사려 해도 150만원 가까이 드는 개조 비용이나, 수천만원의 매입 비용은 모두 개인 몫이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택배업계는 과로사 방지, 분류작업 책임, 지상 공원형 아파트 차량 통제 등의 문제에 대해 ‘택배비 인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영 효율화에 대한 고민 없이 택배비를 올리는 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낙후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택배 현장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나 싶다”며 “달라지지 않으면 과로사 문제는 계속될 것이고, 기업은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혁신과 투자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량을 해결하기 위해 인상하는 택배비를 온전히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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