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앞두고 자원봉사자들과 오손도손 자비의 손길로 떡볶이 300인분 준비
“아무래도 ‘떡볶이’는 절과 어울리지 않죠? 끼니를 거르는 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된다는 점에선 이만한 ‘사찰 음식’이 없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18일 아침부터 고양 길상사(吉祥寺) 본당이 북적였다. 사찰 경내로 파 스무 단, 떡 다섯 상자, 어묵 열다섯 봉지 등 다양한 식재료를 실은 트럭이 들어오자 이 사찰의 주지인 현도스님이 능숙하게 앞치마 끈을 매고 분주히 움직였다. 이윽고 법당 앞에는 상 4개가 펼쳐졌다.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익숙한 듯 저마다 자리를 잡더니 재료를 다듬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내리던 비가 무색하게 모처럼 화창하게 갠 경내에서 봉사자들은 한 입 크기로 손질된 재료들을 용기에 담고 라면 사리, 양념 등을 포장했다. 그렇게 3시간여가 지나자 ‘길상사표 떡볶이’ 300인분이 완성됐다.
매주 화요일, 길상사엔 떡볶이 냄새가 풍긴다. 이 떡볶이는 현도스님이 직접 구운 식빵 150개와 함께 인근 지역 취약계층 70여가정에 전달된다. 혹시나 배달 중 떡볶이가 불지는 않을까 항상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풍족한 양이 담긴다. 마침 이날은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날이어서 부처님의 자비까지 듬뿍 담겨졌다.
길상사의 주지 현도스님은 10년 전부터 지역 사회에 직접 만든 자장면, 피자, 떡볶이 등 공양(음식)을 나눠왔다. 강산이 한 차례 변하는 동안 알음알음 소식을 전해 들은 봉사자들도 모여들어 오늘날의 ‘떡볶이 절’이 됐다. 다양한 음식 메뉴 가운데 하필 사찰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떡볶이가 정해진 이유에 대해 현도스님은 “한 끼를 대접할 때 누구나 가장 간편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부처님은 매일 대중과 만나 음식을 얻어 잡수고 그들이 가진 문제에 대해 법문을 해줬다”면서 “우리 중생들 역시 그동안 세상에 은혜 입고 신세 진 것이 많아 이제는 사회로부터 고통받고 외면받는 이들을 보살피고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해부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배를 곯는 아이와 어르신을 찾아나서며 부처의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외출하기 어렵거나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는 중생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복을 나누자는 생각이다.
구슬땀을 흘리던 현도스님은 힘든 내색도 없이 활짝 미소 지으며 “복은 특정한 사람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복을 나누는 것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아무리 작은 것도 나누는 것 자체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며, 이러한 시대정신이 함께 해야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