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양성평등 여론으로 남녀 모두 숙직을 서는 당직제도를 추진 중이나 코로나19 사태 탓에 도입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시에 따르면 시청 당직제도는 평일 숙직(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의 경우 남성 공무원 4명이, 주말ㆍ공휴일 숙직은 남성 공무원 1명이 돌아가면서 전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주말ㆍ공휴일 일직(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은 여성 공무원 4명이 담당하고 있다. 각 구청의 경우 평일 숙직은 남성 3명과 여성 1명(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상황실 근무)이 맡으며 주말ㆍ공휴일 일직은 시청과 동일하다. 구청의 주말ㆍ공휴일 숙직은 없다. 당직자 4명은 1명의 당직사령(5ㆍ6급 공무원)과 3명의 당직원(7급 이하 공무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난 2015년 53%였던 7급 이하 여성 공무원 비율이 현재 62%로 늘어나면서 숙직을 전담하는 남성 공무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례로 장안ㆍ영통구청의 경우 남성 공무원은 1년 평균 7회인 여성보다 두 배 더 많은 16~17회로 당직을 서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남성 공무원의 숙직 전담은 양성평등에 위배된다”는 대구시 한 공무원의 진정서가 접수되면서 남녀 모두 숙직을 서는 혼성당직제 도입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수원시는 지난 3월18일부터 8일간 내부 전산망을 통해 공무원 580명(남 304명ㆍ여 27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85%가 혼성당직제에 찬성했다.
최창석 수원특례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여성 공무원들도 동등한 업무 부담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원시는 최근 당직제도를 개편했다. 시ㆍ구청 모두 평일 숙직에 남성과 여성 2명씩을, 주말ㆍ공휴일 일직엔 남성 1명과 여성 3명을 각각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청 남성 공무원은 3회, 구청 남성 공무원은 2회 당직을 덜 서게 된다. 주말ㆍ공휴일의 숙직은 변동사항이 없다.
하지만 수원시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이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당직 공무원들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어긴 곳의 현장 조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공무원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집합 금지 명령을 어긴 곳은 유흥업소 등으로 남성 공무원도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기에 일단은 도입을 연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구청 두 곳을 선정, 시범 운영해보고 개선점을 모색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경기도내에선 남양주시, 구리시, 평택시 등이 혼성당직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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