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충 피해, 시간 놓치면 걷잡지 못한다

통영 앞바다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그래서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된다. 그 섬에 자라는 소나무들이 있다. 바위 절벽과 어우러진 소나무 군락은 자연 조경의 백미다. 최고 수백년생 소나무들이다. 반출과 채취가 당연히 금지됐다. 그만큼 큰 자산이다. 그 소나무들이 몰살을 당했다. 소매물도, 가왕도 등은 전멸했다고 봐야 할 정도다. 식재한 어린 소나무는 성목이 될 때까지 수십년을 기다려야 한다.

소나무 재선충이 불러온 참변이다. 얼핏 자연재해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인간의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남부 지역 일대 재선충 증가는 십여년 전부터 있었다. 그때는 방재와 박멸의 여력이 있었다. 이후 2017년 급격히 늘었고 2년 사이에 피해가 확산됐다. 통영 등 육지에서 관리되는 소나무는 멀쩡하다. E 콘도 등에 식재된 수십년생 소나무들은 아무 피해가 없다. 방역 관리가 안 된 소나무와의 차이다.

이 원칙은 농작물 해충 피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수도권에 해충이 들끓는 시기가 왔다. 갈색날개매미충, 매미나방, 미국선녀벌레 등이다. 본보 취재진이 화성시 봉담읍 상기리의 한 블루베리 농장을 찾았다. 약 1천650㎡ 농장에 블루베리 600여그루가 심어져 있다. 나뭇가지마다 벌레 유충이 확인됐다. 매미나방 유충이었다. 인근 산수유 농장에서도 벌레들이 목격됐다. 외래 해충인 갈색날개매미충의 알이다.

중요한 것은 연도별 추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자료가 있다. 경기 남부와 북부지역에서 외래해충 월동 알 현황이다. 겨울을 나며 살아남은 생존율이 무려 86.4%다. 월동 알 수와 발생면적이 전년도보다 53%나 증가했다. 이유는 동절기 따뜻한 기온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경기도 평균기온은 -2.7도였다. 월동해충 동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해마다 해충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과, 배, 복숭아, 산수유, 블루베리, 복분자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해충 재해에 더욱 노출돼 가는 것이다.

남부 도서 지방의 소나무 재선충 피해에서 봤다. 피해를 확산시키는 건 인재였다. 마찬가지다. 앞서 열거한 해충이 수도권 농가를 언제 황폐화시킬지 알 수 없다. 십수년 있었던 재선충이 어느 한 해 남부 지역 전체 소나무를 몰살시켰듯이 말이다. 관계 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필요한 정보는 공지해야 한다.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면 해줘야 한다.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 기후 변화는 이제 일상이다. 1년 전 풍토와 지금의 그것이 다르다. 해충 창궐의 조건이 어느 순간 딱 맞아질지 알 수 없다. 심각한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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