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통학로 74곳이 보도와 차도 구분도 안된 채 학생들의 통학길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3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내 초등학교 중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통학로는 교육지원청별로 남부(동·미추홀구) 24곳, 북부(부평구) 13곳, 동부(남동·연수구) 19곳, 서부(계양·서구) 10곳, 강화·옹진군 8곳 등 74곳이다.
지난 21일 오전 8시30분께 부평구 산곡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는 아이들이 2m 남짓한 폭의 차도 위에서 달리는 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등교하고 있다. 보도는 보이지 않고 차도 양쪽에 여러대 차량이 주차해 있어 아이들의 통행을 방해한다. 한 아이는 쓰고 있던 우산에 시야가 가려 코앞에 다가온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힐뻔하기도 한다.
이 학교 1, 2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A씨는 “보도가 없어 아이들끼리 통학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며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30분께 남동구 간석초등학교 하굣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란색 주차금지선이 그어진 스쿨존임에도 길 좌측은 불법 주차 차량이 점령했고, 우측은 공사장 시설물이 차지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차도로 지나가던 한 학부모는 뒤따라오던 차량에 흠칫 놀라 아이를 품으로 끌어당긴다.
지난 3년(2018~2020년)간 인천지역 스쿨존에서는 92건의 사고가 발생해 94명의 어린이가 다쳤다. 올해는 지난 4월까지 14건의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했고, 13명이 다쳤다.
이처럼 해마다 스쿨존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통학로 구분이 없는 곳은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보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게 스쿨존의 현실태”라며 “경계석, 안전휀스, 색이 다른 아스콘 재질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보도와 차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학교 측 의견을 수렴하고, 지자체에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도로폭이 좁고, 재개발 계획이나 주민반발 등이 있어 보도설치는 어렵다”고 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학교와 협의해 보도 설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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