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정에서 돈을 받고 가사 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있다. 보통 식사 준비, 빨래, 청소, 아이 돌봄 등을 한다. 이들은 1980년대까지 가정부, 파출부, 식모 등으로 불렸다. 예전엔 부유층에서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2010년대부터는 중산층 가정에서의 고용이 늘었다. 핵가족화 되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집안 관리, 자녀 육아에 도움이 필요해진 것이다. 명칭도 가사도우미로 바뀌었다.
가사 노동을 하는 사람들 중엔 가정관리사,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간병인 등이 있다. 이들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 임금을 받고 있어 노동자라고 할 수 있겠으나 법ㆍ제도적으로는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에 ‘가사사용인에 대하여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11조)는 적용제외 조항을 둬 근로자로서 기본권 보장과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 것이다.
지난 21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은 정부인증을 받은 가사노동자 제공기관이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퇴직금, 4대 보험, 유급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정부인증 기관이 고용하는 가사도우미에 대해 ‘가사근로자’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8년 만이며, 2010년 관련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지 11년 만이다.
인식 전환의 계기는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사노동자의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협약’을 채택하면서 마련됐다. 이를 전후로 국내에서도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제외 규정 삭제나 특별법 형태의 가사노동자법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폐기되다 이제 빛을 본 것이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던 가사근로자는 30만~6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그동안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더 큰 불편은 파출부, 아줌마, 가정부 등으로 부르며 하대하는 시선, 인격적 무시였다. 그런 측면에서도 법ㆍ제도적으로 공식 근로자로 인정받게 된 것은 희소식이고, 늦은 감이 있지만 의미가 크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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