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했던 조선시대 유교사회에서 한땀 한땀 바느질에 감성과 예술혼을 담아낸 규방공예(閨房工藝)는 우리 할머니들의 고단했던 삶과 섬세한 미적 감각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분야다. 규방공예는 오방색 실과 각종 천조각을 이용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낸 것이 오늘날엔 문화예술로 계승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공간이었던 규방에서 탄생한 공예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일반 서민들이 천이 넉넉하지 못하던 시절 자투리를 이용해 만든 것이 예술로 발전한 것이다.
규방공예 작가인 이희옥씨(46)는 30대 초반이던 15년전 우연히 한 공원을 찾았다가 전시된 작품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몇년 뒤 광주 영은미술관의 <오명옥 작가와 함께하는 규방공예> 교실을 통해 입문하게 됐다. 과거 생필품으로 활용되던 시절에는 일반 천조각을 활용했지만 오늘날에는 명주, 옥사, 단, 모시, 삼베 등 다양한 종류의 천을 활용해 은은하고도 운치가 있는 고급 공예품으로 탄생하고 있다고 이 작가는 설명했다.
밥상보에서부터 예단보, 베겟모, 사주보, 발 등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을 만들어 온 그는 자녀 양육과 팔순 시모를 모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것이 그 매력에 빠져 침선(바느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할때면 무아지경에 빠지면서 남편으로부터 핀잔도 듣고 갈등도 많았지만 이제는 남편이 든든한 후원자로 그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있단다.
이희옥 작가는 자신의 솜씨를 평가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 2014년 제1회 충청 세계미술대전에 출품해 입상을 했다. 이후 2017년 제6회 전국 규방공예공모전 우수상, 이듬해 같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8년 대한민국 규방 문화대전서도 입상하는 등 그는 전국적으로 손끝의 섬세함을 인정받았다.
이 작가는 “보통 한 작품을 하는데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큰 작품의 경우 1년이 넘게 작업시간이 소요된다. 오랜 바느질 작업을 하다보면 눈도 침침해지고 골무를 여러개 바꿀정도로 바늘에 찔리는 등 고통이 따르지만 전통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지난 4월말 명동성당 ‘갤러리 1898’ ‘전시회 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작품을 보며 ‘나 시집올 때 이런것 가져왔었지’라고 추억에 빠져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3~4년전부터 사진이나 박물관에 전시된 과거 유물들을 재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이 작가는 “앞으로 좀더 다양한 전통 규방공예를 재현하고 천연염색 기법도 배워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규방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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