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진한 화장, 수영복. ‘아름다운 여성’을 선정하기 위한 각종 미인대회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이다. 여전히 ‘여성의 미’를 강조하는 대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미의 기준이 달라지고 각종 미인대회에서 성 상품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돼 수영복 심사는 외면받은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외모에 대한 평가와 성 상품화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린 이런 대회와 세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미인대회를 다룬 영화가 있다. 지난 12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미스>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유럽에선 ‘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미인대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의문이 든다.
영화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운동선수부터 대통령까지 초등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할만한 꿈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한 학생이 “미스 프랑스가 될 거야!”라고 말하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바보야, 넌 남자야!” ‘미스 프랑스’가 되고 싶은 학생은 ‘알렉스(알렉상드르 웨터)’, 남자아이다.
알렉스는 어른이 되고 복싱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야유를 받는 삶을 살고 있다. 어른이 된 알렉스는 성 전환 수술을 받았거나 여장을 하며 살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남성상’과 ‘여성성’을 아우른다. 알렉스는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말을 듣고 ‘미스 프랑스’에 도전이 시작된다.
알렉스가 사는 공간은 초라하다. 퇴물 트렌스젠더, 남창, 불법체류자들. 이들은 사회에 반동적이고 미인대회에 관심이 없거나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알렉스의 사정을 알기에 그들은 한마음으로 도와주기 시작한다.
영화는 단순히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의 모습만을 다루지 않는다. 남자인 알렉스가 미인대회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서 우승왕관을 머리에 쓰게 되는지 결과에 관심도 없다. 그저 미인대회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 속에서 이뤄지는 외모 평가 등 우스운 경쟁을 꼬집으며 알렉스가 ‘미인’으로서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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