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맹이 빠진 LH 혁신방안, 땜질식 처방 안된다

정부가 7일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 방안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에 나온 혁신안이 ‘알맹이 빠진 개혁’, ‘무늬만 혁신’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해체 수준의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방만한 조직개편은 안하고 부동산 투기이익 환수방안도 빠져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반쪽 개혁안이란 지적이다. 이런 수준으로 LH가 환골탈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0% 인력 감축, 공공주택 입지조사 권한의 국토부 회수, 시설물 성능인증 업무 등 중복 기능의 타 기관 이전, 퇴직자 취업 제한 등을 골자로 한 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가 개인적 일탈보다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진단 하에 조직 슬림화, 권한 분산, 내부 통제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춰 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조직개편 문제는 당·정간 이견으로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국토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8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혁신안을 ‘해체 수준의 개혁’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핵심 사안이라고 할 조직 개편과 투기이익 환수방안이 빠진 상태에서 반쪽짜리 혁신안을 왜 성급하게 발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서두른 것 같은데 변죽만 울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혁신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1만명에 달하는 LH 인력 중 2천명 가량을 감축할 계획이다. 비대해진 조직을 효율화하는 건 맞지만 선량한 직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식으로 땜질해선 안된다. 가장 문제가 된 개발정보 유출 차단을 위해 공공택지 입지조사 권한을 국토부가 회수한다는데 중앙정부의 덩치만 커지는게 아닌가 싶다. 국토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LH 직원의 불법 투기 의혹과 아파트값 폭등으로 국민 분노와 실망이 크다. 성난 민심은 4·7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을 심판했다.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를 벌였고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함께 오래 묵혀온 이해충돌방지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이런 수사와 법ㆍ제도만으로 비리가 근절되진 않을 것이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더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은 LH를 해체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하는데 정부는 ‘해체 수준의 혁신안’을 말로만 하고 있어 간극이 크다. 철저한 반성의 토대 위에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개편안을 다시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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