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호 사망사고 원청업체 안전투자액, 매출의 0.04%

지난 4월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개방형 컨테이너. 고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4월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개방형 컨테이너. 고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씨 사망사고의 원청업체 ‘동방’에서 안전을 위해 투자한 예산은 매출의 0.0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윤만 추구하고 노동자 안전은 뒷전에 둔 기업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이선호씨 사망사고를 낸 동방 평택지사와 함께 동방 본사, 전국 14개 지사, 평택지사의 도급사인 동방아이포트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진행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동방의 안전보건 투자는 매출액 대비 극히 저조했다”며 “올해 동방의 안전보건 투자 예산은 2억7천만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5천921억원의 0.0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이라면 동방의 미미한 안전보건 투자 예산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또 동방 본사 차원의 안전보건 방침이 없는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동방 본사의 안전품질팀은 경영지원본부 아래 편제된 탓에 독립성이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보건 총괄자의 직위를 높이는 등 안전품질팀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지적이다.

동방 본사의 부실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는 현장의 위험 요인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선호씨는 지난 4월 평택항 내 컨테이너에서 작업하던 중 지게차가 갑자기 한 쪽 벽체를 접으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다른 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그 밑에 깔려 숨졌다. 당시 지게차는 작업 계획서도 없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방 전국 지사에 대한 감독에서는 이처럼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지게차 등으로 허술하게 작업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위험구간 출입금지와 안전통로 확보 등의 조치도 소홀했다. 항만에서 많이 쓰는 중장비인 크레인의 일부 장치 파손으로 낙하물 위험이 있는데도 그 아래로 노동자가 출입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와 함께 노동자에게 안전교육을 하지 않고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 등 법규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

도급사인 동방아이포트는 동방 평택지사의 산재 예방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를 지정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97건을 적발, 이 가운데 108건에 대해 사법 조치하고 나머지는 과태료 1억8천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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