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호씨 장례 치르던 날, 40대 노동자 또 ‘人災’로 숨졌다

공사현장 철근 무너짐 사고. 연합뉴스(기사와 관련 없음)
공사현장 철근 무너짐 사고. 연합뉴스(기사와 관련 없음)

산업현장의 부실한 안전관리 탓에 이른 생을 마감한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씨. 그가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 떠났지만, 40대 노동자가 재차 인재(人災)로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 19일 낮 12시55분께 화성시 장지동의 동탄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J씨(49)가 철근에 깔려 숨졌다고 21일 밝혔다.

사고 당일 현장에선 높이 13m, 무게 3.8t에 달하는 벽체 철근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철근 더미를 세운지 30~40분 만에 넘어지며 J씨를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선호씨의 장례가 치러지던 날이었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평택항 컨테이너 검역소에서 일하던 중 300kg에 달하는 개방형 컨테이너(FRC)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원청업체 동방 등에 대한 특별감독에 돌입, 대대적인 사법처리로 산업현장에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동탄물류센터 사고 역시 인재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고 현장의 원청업체는 효성중공업, 하청업체는 성한건설로 파악됐다.

숨진 J씨의 동료 A씨는 “최근 사측에서 공사 속도를 높이라고 압박했다”며 “벽체를 세우기 전에 지지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사전 작업을 생략했고, 벽체를 세운 뒤에야 허술하게 고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동료 B씨는 “이미 비슷한 사고가 수차례 발생했고, 부실하게 세워진 철근 더미는 바람에도 흔들렸다”며 “공사를 빨리 마치려고 작업 순서를 뒤바꾼 탓에 벌어진 인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도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던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성한건설 관계자, 현장 소장 등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고 이번주 내로 효성중공업 관계자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벽체를 세우고 나서 지지하는 작업을 허술하게 한 탓에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 건설부문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노동자에 대한 산재 처리를 검토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 따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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