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의 확장판이 나왔다. 조남주의 신작 <우리가 쓴 것>(민음사 刊)이다. 조 작가가 전작 ‘1982년생 김지영’을 통해 한국 여성을 둘러싼 사회 문제를 풀어냈다면, 신작은 초등학생부터 80대까지 전 연령대 여성의 삶에 관한 서사다.
작가는 평범한 여성들이 겪었음 직한 삶의 경험을 얘깃거리로 풀어냈다. ‘여자아이는 자라서’, ‘가출’, ‘현남 오빠에게’, ‘미스 김은 알고 있다’ 등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됐다.
‘매화나무 아래’와 ‘오로라의 밤’은 노년의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는 큰언니와 이를 지켜보는 막내, 남편의 죽음으로 시어머니와 동거하는 며느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남 오빠에게’는 주인공이 쓴 이별 통보서를 통해 가스라이팅의 작동 방식을,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몰래카메라 문제를 대하는 모녀의 세대 차이를 드러낸다. ‘오기’는 페미니즘 소설로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소설가가 겪는 고통을 그렸다.
단편소설들은 가스라이팅, 몰래카메라, 돌봄 노동, 여성 노년의 삶, 페미니즘 내 세대 갈등, 가부장제 등등을 꿰뚫는다. 여성의 삶을 이야기 하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요한 화두로 이어져 오는 문제이자 현상들이다.
김미현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책은 10대부터 80대에 걸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새롭게 보기 위해 그녀들의 이야기를 깨뜨리는 시간들의 집합체”라며 “그러기 위해 작가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잊었던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다시’ 이야기하는 여성 서사에 집중한다”고 평했다.
조 작가는 우리 사회에 오래전부터 실재해 온, 혹은 급격히 대두한 다양한 젠더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더 물어야 하는지 되묻는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깨지 못한 것들을 위한 좌표 설정을 위한 지도인 듯도 하다. 값 1만4천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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