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한 줌도 사치인 고시원 이야기] “건강실태 조사 통해 정책 추진 기반 마련해야”

정신건강의학과 방민지/
방민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왼쪽)와 이은환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연구위원.

정신질환 위험에 노출된 고시원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반적인 건강실태 조사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시원 거주자들은 쪽방촌과 달리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정부는 우선적으로 고시원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건강실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조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이에 맞는 심리치료 및 사회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등 각종 복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지자체들도 관내 고시원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지원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인천시 계양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국 최초로 지난 2016년부터 고시원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Knock O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양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업무 협약을 맺은 고시원 관리자에 의해 거주자의 이상행동을 감지하면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를 진행하며 정신건강 상담을 추진한다. 사업 초기 업무 협약을 맺은 고시원은 6곳이었으나 현재는 14곳으로 늘어나게 됐고 140명의 거주자가 정신건강 상담 등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고시원 거주자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방민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 역시 고시원 거주자들의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거주자 스스로도 낮에는 가능하면 빛을 자주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적절한 활동량을 유지해야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연구원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6㎡(2.3평)~12.5㎡(3.8평) 방을 갖춘 경기도내 고시원은 꾸준히 증가, 지난해 7월 기준 3천14개소(9천729실)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7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용인시 처인구 고시원 화재 사건을 계기로 고시원 역시 건축 규제를 받기 시작했으나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 숙박시설(상업지역)보다 설치 범위가 넓은 데다 저렴한 가격에 따른 수요 증가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고시원 거주자들의 정신건강 유발 원인으로 거론되는 채광 및 방음벽 등의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개정된 ‘건축법 시행령’상 고시원 내 창문은 전체 사용 면적의 10분의 1 이상 설치돼야 하고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에 따라 경계벽 구조가 정해졌지만, 이는 신축 건물에는 한정됐을 뿐 이미 지어진 고시원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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