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살인사건, 막지 못한 경찰의 책임 ‘경징계’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허술한 초동 조치로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 경기남부경찰청(경기일보 5월27일자 1면)에 대한 결론은 경징계로 끝이 났다.

피해자의 자녀는 경찰이 직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어머니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엄벌을 호소했지만,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초 발생한 광명 살인사건 당시 112상황팀장 H 경정을 견책, 함께 근무하던 직원 3명을 불문경고 조처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지난 2월17일 0시49분께 40대 여성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남성 B씨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씨는 ‘이 사람이 칼을 들고 나를 죽이려고 한다’며, 위치를 묻는 신고 접수요원에게 ‘광명인데 ○○○의 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112상황팀은 범행 장소에 대한 핵심정보를 누락한 채 상황을 전파했고, 현장에 출동했던 경력들은 범행 장소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신고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최초 신고 접수로부터 50분가량 흐른 시점에야 범행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미 B씨에게 살해당한 뒤였다.

사건 이후 경찰의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자, 경기남부청은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결과, 접수요원은 신고 접수 시 사건개요에 피의자의 이름이 담긴 중요단서를 입력하지 않았으며 분석ㆍ지령요원은 분석대응반의 임무로 규정된 녹취파일 정밀분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총괄했던 112상황팀장 H 경정은 신고 녹취파일 정밀 청취 등 매뉴얼에 따라 필요한 지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경기남부청은 업무상 과오가 있다고 판단, 징계위 회부 의견을 냈다. 이어 지난 8일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H 경정을 견책, 나머지 직원 3명을 불문경고 처분했다.

견책은 경찰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징계 중 가장 가벼운 처분이다. 경고는 경징계 사유에도 못 미치는 경미 사안일 때 내려지는 처분으로, 엄밀히 따지면 징계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로써 유족이 남긴 처절한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게 됐다. 피해자의 자녀는 지난 2월22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경찰은 (현장 출동에) 늦었음에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는 경찰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일어난 사망사건에 대해 처벌과 사과,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장희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