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여름방학, 학원 종사자 백신 우선접종에 ‘구멍’

코로나19 취약시설 학원 방역. 연합뉴스
코로나19 취약시설 학원 방역. 연합뉴스

#1. 화성에서 학원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A씨(47)는 매일 학생들과 마주한다. 특히 초등학생 열댓명을 태우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만큼 방역에 더욱 신경을 쓴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백신을 빨리 맞고 싶지만, 40대인 A씨는 8월까지 기다려야 접종이 가능하다. 그러던 중 경기도가 학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우선접종을 한다는 소식에 예약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등록 강사만 대상으로 하는 탓에 A씨는 제외됐다.

#2. B씨(23ㆍ여)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안양에서 영어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백신 우선접종에서 제외된 건 B씨도 마찬가지. B씨는 다른 강사들과 똑같이 매일 강의실 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질문도 주고받지만, ‘정식’ 강사가 아닌 탓에 접종 대상에서 빠졌다. B씨는 “곧 방학이 시작되면 더 오랜 시간 학생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혹여나 내가 감염을 옮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발병 이래 가장 거센 확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학원가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학원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 우선접종에서 제외되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정부에서 받은 이스라엘 화이자 백신 14만명분을 오는 24일까지 학원 종사자, 운수 종사자,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 4개 직군에 우선접종한다고 15일 밝혔다.

논란이 되는 것은 학원 종사자에 대한 기준이다. 등록(정식) 강사, 원장 등만 대상에 포함되고 기간제(아르바이트) 강사, 통학버스 운전기사, 행정 직원 등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학교 대신 학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지만, 학생들과 접촉하는 상당수 직원들이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서 빠진 탓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인은 백신의 물량 부족으로 파악된다. 백신 우선접종에 해당하는 도내 등록 강사의 규모는 9만명대로 추산되는데, 나머지 대상 직군까지 고려하면 현재 확보된 14만명분의 물량은 턱없이 모자르다.

경기도 관계자는 “질병관리청 등과 협의를 거쳐 대상을 정하면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등록된 강사를 우선하게 됐다”며 “한정적인 백신 물량으로 대상자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백신 물량 확보에 따라 접종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 요청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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