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여론조사라는 게 뿌려졌다.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는 결과를 보도했다. 구체적 내용은 이렇다. 법안 찬성 국민이 56.5%다. ‘매우 찬성한다’가 38.9%, ‘어느 정도 찬성한다’가 17.6%다. 반대는 35.5%다. ‘매우 반대’(20.0%)와 ‘어느 정도 반대’(15.4%)를 합한 수치다. 한 방송사가 의뢰했고, 리얼미터가 조사했다. 언론 중재법 논란 속 첫 관련 여론조사다. 그만큼 국민 판단의 척도라 여겨졌다.
인정하기 어렵다. 첫 번째 이유는 기본 정보 부족이다. 여론조사 대상은 무작위 국민 500명이다. 그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고 전제할 수 없다. 언론중재법 공청회가 공개된 적도 없다. 언론인들조차 내용을 다 알지 못한다. 이런 주제를 설문이라며 던졌다. 그리고 답변을 받아내 통계로 꿰맞췄다. ‘이재명 좋으냐 이낙연 좋으냐’가 아니다. 애초 설문에 적합지 않다. 조사기관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경향성이 뚜렷한 설문이다. 언론을 권력으로 전제하고 ‘책임을 무겁게 한다’는 설문이다. 당연히 찬성 답변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방향이 정해져 있다. 권력기관 어디를 대입해도 결과는 같다. ‘국회의원 권한을 줄이자’고 묻는다 치자. 절대 다수는 ‘찬성’이라 할 것이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자’고 묻는다 치자. 절대 다수는 ‘찬성’이라 할 것이다. ‘가짜뉴스’라는 워딩까지 붙여 물었다. 이쯤 되면 주문 생산이다.
세 번째, 가짜뉴스 공급자에 대한 혼돈이다. 법 개정의 이유는 ‘가짜뉴스 근절’이다. 가짜뉴스 공급원을 분명히 구분해야 했다. 인터넷에서 공급되는 가짜뉴스가 훨씬 많다. 저마다 ○○뉴스, △△방송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어 정규 언론과 헷갈린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시급한 쪽도 인터넷 세상이다. 이런 현실을 설문은 ‘가짜뉴스=언론=법 개정’이라며 뒤섞었다. 인터넷의 가짜뉴스 분노까지 정규 언론에 뒤집어씌운 꼴이다.
던진 질문이 이럴진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을 리 있나. 답변자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대목이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83.1%가 찬성했다. 절대 찬성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60.9%가 반대했다. 절대 반대다. 이쯤 되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설문이 아니다. 그냥 늘 하는 정당 지지도 조사다. 그런데도, 이걸 ‘민의가 확인됐다’고 떠들 것이다. 국민이 원한다며 강행할 것이다. ‘국민 찬성 56%’는 그들을 위한 진상품이다.
이러니 여론을 조사하는 기관과 의뢰하는 기관이 욕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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