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문화예술, 세상을 바꾸다] 어디서든 즐기는 공연•전시 예~술~이야

국내기업 지원규모 전년比 14.6% 축소… 경기도형 문화뉴딜로 위기 탈피
대안공간 ‘봄’, 수원 행궁동 벽화에 밝은 그림… 지역 주민들과 소통 나서
경기시나위•김포필하모닉 등은 메타버스 활용한 디지털 공연 접목 ‘주목’

세계를 뒤흔든 유례없는 전염병 코로나19로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졌다. 각종 사회활동이 외로우면서도 독창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어디서 시작했고 언제 끝나는지 아무도 모르는 비밀, 문화예술계는 창작의 시간을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는 중이다.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James Arthur Baldwin)은 “예술가라면 ‘독거’ 상태를 능동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요즈음 불가피한 독거 상태에서 경기도 문화예술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코로나19가 만든 색다른 변화들을 알아봤다.

지난 2018년 진행된 대안공간 봄의 행궁동 벽화 프로젝트. 대안공간 봄 제공

■ 활동 침체… 대면 없어지고, 비대면 생겨나고

문화예술의 범위는 한없이 넓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읽고(문학), 그리고(미술), 춤추고(무용), 노래하는(음악) 영역 외에도 사진ㆍ건축ㆍ레저 등 여러 분야가 포함된다. 이 안에서 전통에 특화됐는지 현대화했는지, 혼자 하는지 여럿이 하는지, 영상과 미디어로 구현됐는지 아닌지 등에 따라 다시 한 번 세분화된다.

코로나19는 이 모든 영역의 활동을 침체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전국 모든 미술관ㆍ박물관은 문을 닫거나 관람객 출입을 제한했고, 누군가의 무대와 전시장이 사라졌다.

그만큼 인프라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조사한 ‘2020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규모는 1천7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303억원) 축소됐다. 순수예술 분야 중 지원 규모가 가장 컸던 클래식만 봐도 코로나19 발생 이전을 비교했을 때 지원폭이 42.9%(76억원) 줄었다. 연극(13.9%), 뮤지컬(44.6%), 무용(50.1%)도 감소세인 건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선 위기 극복을 위해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드라이빙 시어터, 경기방방콕콕, 예술방송국, 착한여행캠페인 등을 통해 문화예술사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오프라인 위주의 시장을 온라인으로 바꿔 문화예술인의 타격을 줄이고자 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레퍼토리 시즌 2020 ‘메타 퍼포먼스-미래 극장’ 모습. 경기아트센터 제공

■ “한정된 공간 넘어 자유로운 대안공간서 문화 향유”

코로나19 점령기가 2년째 이어지며 온라인 문화예술계마저 ‘레드오션’이 된 상황이다. 너도나도 줌(zoom)을 통한 실시간 공연이나 웹페이지 전시, 디지털 아트에 뛰어들어 시장이 과열됐다. 무엇보다 ‘비대면 예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예술가에겐 이마저 ‘남 일’일 수밖에 없다.

도시 곳곳에선 새로운 블루오션을 발굴해 문화예술을 향유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온ㆍ오프라인 특정 장소로 한정되지 않은 특별한 대안 공간을 찾아 헤매는 목소리다.

이에 예술 터전이 길거리로, 집 안으로 향하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대안공간 ‘봄’은 도심 속 벽을 도화지로 활용했다. 옛날 동네라는 인식이 강했던 수원 행궁동의 분위기를 화사한 벽화로 뒤덮으며 지역민과의 소통에 나섰다. 대안공간 봄은 수원지역 시인, 회화작가들과 함께 낡고 무너져 가는 집과 담벼락에 밝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어둡고 칙칙한 골목이 빛나자 시민들의 발길이 오히려 봄을 찾아왔다. 이윤숙 대안공간 봄 대표는 “작가는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마주하는 것까지가 작품의 완성”이라며 “우리가 벽화마을을 조성한 것처럼 자유로운 문화예술공간이 확장돼야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의 범위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2003년 개관한 부천시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역시 코로나19 시대 특별한 시도를 선보이며 지역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색다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의 타깃은 ‘학교 밖 청소년’으로, 각종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전시 공간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똑같고 일괄적인 전시는 더이상 의미가 없다. 이훈희 아트포럼 리 대표는 “경기도내에서 예술인들이 쉽게 작품을 선보일 공간이 없었다”며 “대안공간은 젊은 기획자, 예술인을 발굴해내고 기성작가들을 기록하기 위한 특색을 갖춘 공간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김포아트홀에서 진행된 ‘Ai X Human 피아노로 만나다’ 공연.

■ 세계적 메타버스 돌풍, 도내 문화예술계도 ‘탑승’

이와 함께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도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문화예술계 안에서도 메타버스 바람이 불긴 마찬가지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상ㆍ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가 합쳐진 합성어로, 3차원의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에서 행해지던 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에선 오는 2030년까지 메타버스 규모가 1조5천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다채로운 노력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경기도 문화예술계 역시 가상 미디어를 활용한 음악 전시회, 미디어 아트쇼, AI 관광 프로그램 등 메타버스에 발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지난해 11월 공연에 게임요소를 접목한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을 선보였다. 명령어를 통해 가상현실 캐릭터를 조종하는 게임 플레이어처럼 온라인 관객들도 명령어를 선택해 공연 진행 방식을 결정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참여자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을 소개하는 인물을 손수 고를 수 있었고, 듣고 싶은 솔로 연주도 선택할 수 있었다. 또 같은 연주를 계속 들을지 다른 악기 연주로 변경할지 제마다 결정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을 통한 피아노 공연도 마련됐다. 지난달 21일 김포아트홀에선 가 진행됐다. 카이스트가 만든 자동연주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 악보를 해석하며 연주하는 AI 피아노와 함께하는 연주회다. 단순히 AI 악기와의 협업을 넘어 실제 기술을 통해 가상의 연주자와 인간 피아니스트가 세계 최초로 듀엣을 이룬 의미를 가진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가 코로나19를 발판 삼아 경기도 문화예술과 접목하고 있다. 공연을 기획한 기영호 김포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은 “문화예술은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비대면 트렌드가 가속화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작은 휴대폰 하나만으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할 수 있는 만큼 문화예술계에서도 더욱 다채로운 문화예술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연우ㆍ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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