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부스터 샷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부스터 샷(Booster Shot)은 백신의 면역 효과를 강화하거나 효력을 연장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 접종’ 하는 것을 뜻한다. 2020년 말부터 접종이 시작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화이자ㆍ모더나 등 대부분의 백신이 2번 접종하는 방식인데, 여기에 한 번 더 추가해 3차 접종을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글로벌 양극화가 심각하다. 어떤 나라에선 1회 접종도 못했는데, 어떤 나라에선 부스터 샷 접종을 한다니 백신 불평등 문제로 논란과 갈등이 일고 있다. 현재 백신을 1회 이상 접종받은 인구 비율이 북미와 유럽연합(EU)은 60%가 넘지만 아프리카는 3.6%에 불과하다. 1인당 GDP가 1천달러에 못 미치는 라이베리아나 감비아는 각각 0.2%와 0.5%의 성인만 접종을 받았다.

이런 상태에서 부자 나라들은 델타 변이의 급격한 확산을 이유로 부스터 샷 도입 계획을 확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부터 60세 이상 노인에 한해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했다. 영국과 독일도 9월부터 고령자와 면역력이 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3차 접종을 한다. 미국도 방침을 바꿔 부스터 샷 도입을 결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부스터 샷 도입을 확정했거나 추진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을 겨냥해 “적어도 9월까지는 부스터 샷 접종을 유예해 달라”고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접종이 이뤄진 40억회분 이상의 백신 중 80% 이상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안 되는 중상위 소득 국가에 돌아갔다”면서 “부유한 국가에서 가난한 국가로의 백신 공급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각국 정부의 염려가 이해는 된다. 고소득 국가들은 꼭 필요한 만큼만 맞고 나머지는 백신 부족 국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신이 없어 한번도 못 맞는 나라가 많은 만큼 당장의 부스터 샷은 인류애 차원에서라도 유예하는 게 좋겠다. 코로나 사태는 지구촌 전체의 위기로 일부 국가의 백신 접종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인류의 공동 위기 앞에서 자국 우선주의보다는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