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게 나은 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30년동안 1t 트럭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던 A씨(61)는 더 이상 장거리 운송을 하지 않는다. 올라도 너무 오른 기름값 탓에 장거리 운송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A씨의 1t 트럭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은 약 8만원. 지난해 말보다 약 2만원 올랐다. 수원에 거주하는 A씨가 부산까지 물건을 운반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7만원. 그나마 돌아오는 차편에 물건을 싣고 올 수 있는 날은 말 그대로 ‘운수 좋은 날’이다. 돌아올 때 빈차로 오게 된다면, 15만원가량의 기름값과 톨게이트 비용을 제외하고 A씨의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고작 2만원에 불과하다.
A씨는 “기름값이 너무 올라 차량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기름값이 더 오르면 차라리 다른 일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하소연했다.
평택시에서 주류도매업을 하는 B씨(60) 역시 나날이 치솟는 기름값으로 낙담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주점 등의 영업시간 제한으로 납품 물량이 크게 줄면서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B씨는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고정지출 비용인 기름값이 오르니 정말 죽을 맛”이라며 “언제까지 치솟을지 예상도 안돼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차량 운행 등으로 생업을 이어가던 근로자들은 직격탄을 맞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스넷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경기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천648.04원으로 지난해 11월 셋째주 1천322.20원을 기록한 뒤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경유 역시 1천121.12원에서 1천440.33원까지 급등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기름값이 안정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제 유가 등락이 국내 주유소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가 소요되는데 그 사이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 국내 주유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국내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다시 오르게 된다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하락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추세여서, 수요가 하락하면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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