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파이프값 1년 새 2배↑, 한 동 보수비용 1천만원 훌쩍 넘어... 농기계값도 상승 우려, 농민들 ‘막막’
“곧 태풍이 몰아칠 텐데, 비닐하우스가 얼마나 망가질지 걱정만 앞섭니다”
철강값 상승 여파가 농촌까지 번지며 경기지역 농가들이 휘청이고 있다. 다가올 태풍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에 나서야 할 시기지만, 비닐하우스 개보수에 사용되는 농업용 파이프의 가격이 1년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탓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철강분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철광석은 t당 182달러로 지난해 상반기(91달러)보다 2배 상승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로 그동안 철광석 값이 가장 높았던 2011년 상반기(179달러) 가격을 뛰어넘었다. 특히 농업용 파이프로 쓰이는 용융아연도금(GI)은 철강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제품으로, 철광석 가격 상승은 농가의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에 태풍 등을 앞둔 도내 농가들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남양주 진접읍에서 취나물, 곤드레 등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용덕씨(72)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농장 운영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1년 전 3.3㎡당 3만원에 불과하던 비닐하우스 보수 비용이 지금은 6만원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 동(약 500㎡)에 500만원가량이었던 보수 비용이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지금은 천만원이 훌쩍 넘는다”면서 “망가진 비닐 하우스를 그냥 둘 수도 없고, 보수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푸념했다.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비닐하우스로 들깨를 재배 중인 이용연씨(60)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상당수 비닐하우스의 보수가 불가피한데 최근 급격히 상승한 자잿값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비닐하우스를 신축ㆍ증축하려던 지역 주민들도 갑자기 2배 이상 뛰어버린 자재비용과 수급난에 모두 미루거나 취소한 상황”이라며 “올해 태풍은 유난히 무섭게 느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자재의 절반가량이 철재로 이뤄진 농기계값의 상승까지 예상되며 농가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철강값을 비롯한 원자재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농가에 막대한 피해가 번지고 있다”며 “농기계값도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농가의 피해는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협 차원에서 사전수요조사 등을 통해 농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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