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백령·대청·연평어민들…IPA 연안부두 물양장 매립 ‘결사반대’

“인천항만공사는 어민들이 반대하는 물양장 매립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인천항만공사(IPA)가 인천 남항 연안부두에 있는 소형선박 접안시설인 물양장의 매립을 추진하자 백령·대청·연평 어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IPA는 현재의 물양장이 매우 노호화돼 있고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사업추진을 진행하고 있고, 어민들은 물양장 매립으로 선박 대피공간 소멸과 예산 낭비, 사업 진행과정에서의 간담회 부재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IPA와 백령도선주협회·대청도선주협회·연평도어민회 등 23개 어민 단체 등에 따르면 IPA는 2019년 연안부두 물양장이 정밀점검에서 C등급을 받자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IPA는 최근 오는 2023년까지 물양장 주변 1만7천㎡를 매립하고 외곽에 120m 길이의 물양장과 부잔교 120m, 종전 수제선 정비 부지 등에 물양장 400m(예정)를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어민단체 등은 IPA의 이 같은 계획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안부두 물양장 주변에 입주한 어민단체 등은 남항부두와 연안부두 등지에 정박해둔 어선 150척에 IPA의 물양장 매립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다.

어민단체는 “물양장을 메우면 접안 시설이 37%가량 줄어 큰 혼잡이 빚어지고 태풍이 오면 선박 대피 공간도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물양장의 안전 등급이 보수·보강만 필요한 C등급인데도 매립비 245억원 투입은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설명회나 간담회를 단 1번도 열지 않은 IPA에 공식 면담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IPA는 여러차례 어민단체 대표 등을 만나 물양장 매립에 따른 대체부지 제공은 물론 매립공사 후 복귀 보장 등의 조건도 수용했지만, 어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상태다.

IPA 관계자는 “1970년대 만들어진 현재 물양장은 250m 규모로 노후화가 심각하고, 물양장 주변 공간엔 작업공간조차 없어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보수를 하더라도 선박과 시설 등의 이동은 불가피하며 (어민들이)계속 반대하면 명도이전 소송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민들과 IPA의 갈등에 대해 시민들도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주민 김선복씨는 “물양장이 오래 전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어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분명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여파도 있었겠지만 간담회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면 IPA에서는 사장이 나서는 것까지 고려해 어민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박정규씨는 “어민들의 반대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는데 IPA에서 충분한 설득작업을 하지 못했다면 사업에 무리한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지 충실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어민들에게 생계가 달려있으니 물양장 매립에 대한 논의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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