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의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며 하반기에도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들의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이중 가격 현상의 고착화와 임대료 5% 상한제로 인한 보증금 상승 등의 여파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1만3천건 중 63.4%(8천건)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다. 전셋값 상승률이 높았던 경기지역에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이 64.1%를 기록했다. 또 전국 전세 갱신계약 1만3천건 중 1만건(76.5%)은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돼 이전 임대료 대비 5% 이하에서 임대료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기존 세입자에 한정된 것으로,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들의 부담은 여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셋집에서 2년 더 거주하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임대료 5% 상한제로 집주인들이 미리 보증금을 2~4년 뒤 수준으로 올려 받으려 하며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더욱이 내년 하반기에는 지난해 8월 전세 계약 연장을 체결했던 갱신계약이 만기 되는 시점으로, 집주인이 임대료를 5%보다 더 높게 받는 신규계약이 가능해지는 만큼 급등한 전셋값으로 인한 전세난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을 수정 및 폐지하거나, 재정비가 어렵다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자산이 축적되는 시간보다 임대료가 상승하는 속도가 가팔라서 임차인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입주물량이 부족한 지역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전세난 해결을 위해서는 입주를 앞둔 신규 단지에 실거주 요건 등을 없애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을 위한 법이 임차인들을 더 어려운 주거 환경으로 내몰고 임차인을 더 힘들게 하는 법이 됐다”고 꼬집으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아파트뿐만 아니라 공사기간이 짧은 연립ㆍ다세대주택 등 단기 공급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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