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일까. 유전학적 관점에서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의 논쟁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다.
1976년 영국에서 출판한 리처드 도킨스 교수의 ‘이기적 유전자’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을 위한 목적에 프로그래밍 돼 있고, 인간은 유전자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라는 이론. 이 때문에 마치 이타적으로 보이는 부모의 태도도 결국은 자신의 유전자를 지켜내려는 이기심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이기적 유전자론은 최근까지도 수많은 논쟁을 불러온다. 인간을 단순히 유전자에 종속해 있는 하나의 기계로 볼 수 있을까.
물론 인간의 유전자가 태초에 이기적일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저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타인의 노고에 무임승차를 서슴지 않는 이들이 분명히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분명히 이타적인 성향을 지니게 됐다. 남들과 어울려 함께 협력하고, 어느 때는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얼마 전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에서 500회 헌혈 달성자가 탄생했다. 1993년 6월11일 처음 헌혈을 시작해 28년째 헌혈을 이어온 인천시민 유재결씨(65)가 그 주인공이다. ‘헌혈은 생명입니다’라는 표어를 보고 2주마다 헌혈에 참여하는 그의 행보를 이기적 유전자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달에는 인천 남동구의 한 길거리에서 쓰러진 시민을 본 2명의 의인이 자신들의 일도 미뤄둔 채 심폐소생술(CPR)을 해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그 짧은 시간, 이 행동이 나의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목적을 가진 이기적 유전자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일 폭염과 코로나19에 지쳐가는 요즘이다. 유씨 등 처럼 이기적 유전자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타적 유전자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김경희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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