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정책 전환 후 쇠퇴기 진입…생활체육과 균형잡힌 정책 필요성 대두
일본, 생활체육 정책기조 실패경험…재수정 통해 전문체육 화려한 부활
금메달 6, 은메달 4, 동메달 10개, 16위. 2020 도쿄올림픽에서 거둔 대한민국의 성적표다.
외형상으로는 ‘금메달 7개 이상 획득, 5회 연속 종합 순위 10위 이내 진입’의 당초 목표에 크게 빠지지 않는 성적지만 체육인들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 성적은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올림픽 무대서 두각을 나타냈던 1984년 LA대회(금6 은6 동7) 이후 3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체육환경 변화에 쇠락하는 전문체육
최근 수년동안 급변한 국내 체육환경으로 인해 전문체육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18년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서 쇠퇴의 전조 증상을 보인 뒤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현실화 됐다.
이번 대회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 중 양궁(4개)을 제외하면 펜싱과 체조가 각 1개를 획득했을 뿐이다. 전체 메달 획득 종목은 출전 29개 종목 중 8개 종목에 불과하다. 그동안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던 태권도와 유도, 레슬링, 사격, 복싱 등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LA올림픽 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 까지 9회를 거치는 동안 8차례 세계 ‘톱10’에 올랐던 한국체육이 이 처럼 하향세로 접어든 이유로는 전문체육을 ‘터부’시 하면서 생활체육 중심의 정책으로 변화된 것이 이유로 꼽힌다.
그 단초는 지난 정부 때 최서원씨(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그의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씨와 관련된 여러 부정 사례, 그 직후 발생한 스포츠계의 잇따른 (성)폭행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그로 인해 체육 특기자에 대한 여러 제도 개선으로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과 체육계의 자정 및 제도 개선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학생선수들의 운동시간이 점차 줄어들어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 조건이 열세인 우리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또한 최서원 사태로 인해 기업들의 체육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최근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도약한 펜싱에 대해 양달식 경기도펜싱협회 부회장은 “신체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이 강세였던 펜싱에서 우리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보다 엄청나게 많은 연습량을 소화하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최근 훈련시간이 줄어드는 등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환경에서는 더이상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게됐다”고 우려했다.
▲정책 변화로 부활, 일본체육이 주는 교훈
체육인들은 현 국내 전문체육의 상황과 관련해 이웃 일본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개최지 잇점을 안기는 했지만 역대 최다인 27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금메달 획득 종목도 유도(9), 레슬링(5), 스케이트보드(3), 수영(2), 체조(2), 탁구(1), 펜싱(1), 가라데(1), 야구(1), 소프트볼(1), 복싱(1) 등 11개 종목으로 다양하다.
일본은 지난 1964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후 체육정책을 사회체육(생활체육) 기조로 바꿨다. 이후 사회체육은 활성화 된 반면, 전문체육은 크게 쇠퇴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뒤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문체육 중흥의 필요성을 깨달은 일본은 2000년대 들어서 적극적인 투자 강화와 육성정책을 통해 이번 자국 올림픽에서 그 성과를 톡톡히 거뒀다. 수년전 일본 레슬링의 지도자가 내한해 이런 말을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 후 사회체육에 올인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한국도 잘 알텐데 왜 우리의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반문했다.
생활체육의 확대와 발전은 국민의 삶의질 향상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것이 전문체육 발전을 억제하면서 이루는 것이 아닌 두 분야가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해야 한다. 일본이 사회체육 만을 지향하다가 위기에 처한 전문체육의 부흥을 이끄는 데 반세기가 걸린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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