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수감된 지 7개월 만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가석방 사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법률적 근거 설명이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가석방 결정의 기저에는 당면한 국가적 경제 위기가 반영됐으리라는 것은 재삼 언급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20% 가까운 비중이 삼성 그룹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위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유일하고도 막대한 삼성이 2017년 이후 휘둘려 왔다. 때마침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불과 2년여전, 일본의 반도체 공습이 있었다. 국내 위안부 판결에 대한 아베 정부의 보복이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필수 항목을 일본이 막아버렸다.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했다. 수원 등 지자체에서 항일 시위가 이어졌다. 그때 일본으로 간 기업이 삼성이었고, 일본 재계와 소통한 게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정치는 절대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그게 필요하다. 이 부회장 석방이 그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삼성의 최근 상황은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여기에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이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가석방 되는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을 점검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결국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역으로 보면, 삼성의 최근 상황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만시지탄이라는 재계 일부의 반응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이참에 정경 유착에 대한 고찰도 짚고 가야 한다. 이 부회장에 대한 동정론의 핵심은 정경유착이다. 더 우월적 위치를 악용한 정치 횡포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순실에 당한 농락이다. 특검과 법원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종결이 났다. 즉, 이 부회장이 삼성 그룹의 이익을 위해 뇌물을 주었다고 결론냈다. 우리가 법원의 준엄한 판결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법률로 재단할 수 없는 정치의 경제계 압제를 없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이 부회장 사건이 사회 개혁의 계기가 되려면 이런 현실적 상황도 인식하고 반성해야 한다. 재계를 향한 정치의 사냥 역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