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발농게의 엄청난 개체 수는 바로 갯벌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김태원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는 대학원에 다니던 1999년부터 흰발농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번식과 의사소통, 기초생태 등의 연구로 시작했다. 지금은 인간활동에 의해 흰발농게가 어떤 생태적 영향을 받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 교수는 “흰발농게는 워낙 주변 진동 등에 민감해 사람들이 레저 체험 등으로 갯벌을 밟을 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층간소음으로 사람들이 고통받듯이, 주변 환경이 흰발농게의 번식 등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흰발농게는 갯벌 중에서도 조간대 상부에 서식해 인간활동에 의해 공격받기가 매우 쉽다고 설명했다. 상부는 육상에서 오염물질을 흘리거나 개발 공사 시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기 매우 취약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흰발농게는 조간대 상부 중에서도 모래와 실트(모래와 진흙 중간 단계)가 섞인 특정지역에만 서식해 조금만 환경이 변해도 금방 사라져 버린다.
김 교수는 “흰발농게는 갯벌에 굴을 파 살면서 (갯벌에) 산소를 불어 넣어준다”며 “만약 흰발농게가 사라지면 이 역할이 이뤄지지 않아 갯벌에 현기성 박테리아가 늘어나 갯벌이 썩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흰발농게 서식지에는 퇴적층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해 침식을 막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섞여 사는데 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이유만으로도 흰발농게를 보호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개체 수가 많더라도 흰발농게의 생존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흰발농게는 유생을 바다에 뿌리는 데 착생할 확률이 3% 정도인데다 성체까지 가는 것은 1%의 확률도 안 된다”며 “이는 한번 서식지가 훼손되면 개체 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종 개발사업에서 입지 선택을 신중히 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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