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가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3주기)에 따라 하루 아침에 명문대학에서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혔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교육부는 대학 측에 정확한 이유 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
19일 교육부와 인하대에 따르면 이번 평가의 13개 진단지표 중 만점을 받지 못한 항목은 9개 항목이다. 이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20점 만점에 13.4점을 받은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분야다. 이 항목은 정성평가 항목으로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67점을 받았다. 2017년 교육부의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당시 92.77점을 받은 항목이다. 불과 3년만에 90점대에서 60점대로 추락한 셈이다.
반면 인하대는 이번 평가에서 25점을 배점한 교육성과 분야(정량평가)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학생충원율은 20점 만점에 20점을, 졸업생 취업률은 5점 만점에 5점을 받았다. 인하대의 신입생과 졸업생 충원율은 각각 100%, 127%다. 인하대 졸업생의 지난해 취업률은 70%로 국내대학 중 8위를 기록한 상태다.
이 때문에 재학생과 동문들 사이에서는 ‘교육과정의 운영과 개선이 낙제점이라면, 어떻게 교육 성과가 만점일 수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인하대는 2017년 교육부의 ACE+(자율역량강화) 지원사업에서 수도권 대학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당시 교육부는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분야에서 인하대에 92점을 줬다.
인하대는 또 ACE+ 지원사업 등 5개 사업을 통합한 ‘대학혁신지원사업’에 뽑혀 2019년 1차연도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 대학원 지원사업인 BK21+ 4단계 사업에서는 전국 단위 사업 선정 수가 국내 9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이자 인하대 동문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국회의원(연수갑)은 이날 열린 상임위에서 교육부의 평가 방식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교육부 사업 선정수)1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 어떻게 기본역량 평가에서 배제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기본 역량이 없어도 그런 것(사업)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평가를 통해 대학을 살리고 죽이는 결정을 한다든가 과도한 재정을 투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관련 문제에 대한 개선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한편, 대학 측은 20일 교육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이날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세종시 교육부 청사를 방문해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인하대 재학생과 동문들은 인천시에 시민청원을 내고 이번 평가 불복에 대한 지역사회의 동참을 당부했다. 이날 올라온 글은 12시간만에 답변 요건인 3천명의 공감을 받았고, 오후 3시 기준 4천명의 공감을 받은 상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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