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꾸준히 프로선수 배출…즐기는 야구가 이뤄낸 값진 성과
“값진 준우승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함께해 준 학교 관계자, 지도자, 학부모, 졸업생, 재학생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평택 라온고 야구부 강봉수 감독(52)은 지난 22일 끝난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창단 첫 준우승의 소감을 이 같이 밝히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라온고 야구부는 2016년 창단됐다. 대다수 신생팀들이 그렇듯 초창기엔 선수 수급과 전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남부권에서 재능이 있는 중학 선수들은 수원 유신고나 성남 야탑고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팀으로 진학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강봉수 감독은 이규상 이사장과 의기투합해 명문고 팀들을 뛰어넘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두각을 나타냈지 못했더라도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를 수급했고, 성장이 더디더라도 맞춤형 지도를 하면서 기다려줬다.
강팀들을 ‘도장깨기’ 해야 좋은 선수를 수급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즐거운 야구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두발 자율, 숙소 내 핸드폰 사용, 야구부실 내 컴퓨터 10대 설치 등 파격적인 여건을 제공했다.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도 밝아졌다. 선수들은 수업 후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훈련을 한다. 대회가 임박하면 오후 2시30분부터 훈련을 하고, 전적으로 자율에 맡긴 야간 훈련도 삼삼오오 조를 이뤄 부족한 부분을 보강한다.
상상 이상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라온고는 지난 2019년 김민석(한화)을 시작으로, 이듬해 김지찬(삼성)과 이재성(SSG), 지난해 송재영(롯데)과 김지용(LG) 등 매년 졸업생들을 프로에 보내고 있다. LG 시절 명투수였던 강봉수 감독의 기본기를 강조한 육성과 라온고 특유의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 낸 성과물이다.
올해도 140㎞ 중후반대 속구를 자랑하는 박명근ㆍ윤성보ㆍ박진환 트리오를 비롯해 리드오프 차호찬 등 많은 선수들이 프로 스카우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열악한 훈련 인프라는 개선이 필요하다. 연습구장인 진위야구장은 흙구장으로 배수가 잘 안된다. 인근 농가와 갈등도 많아 이번 대통령배대회를 앞두고선 전북 고창으로 전지훈련을 갈 수 밖에 없었다. 평택시가 진위야구장 부지를 소유한 국토해양부와 대화를 통해 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봉수 감독은 “학교 이름인 ‘라온’이 순 우리말로 ‘즐거운’을 뜻한다. 이름에 걸맞게 즐거운 야구부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다만 훈련환경이 열악해 청주나 천안으로 내려가 연습해야 해 안타깝다. 이번 준우승을 계기로 여건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해영ㆍ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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