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병원장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병원 행정 직원 3명에 대해서도 함께 신청했다. 이들은 모두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 소속이다. 적발된 의사 3명이 이 병원의 공동 병원장이다. 불법 의료행위를 한 혐의인데 이른바 대리수술이다. 환자의 수술 부위를 행정 직원이 절개했다. 의사가 수술을 했고, 수술이 끝나자 이번엔 다른 직원이 봉합 수술을 했다. 보건복지부 지정까지 받은 척추전문병원에서 벌어진 범죄다.
수술실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통상 외부인이 볼 수 없는 공간이다. 대리 수술의 실상을 정확히 증명하는 게 그래서 쉽지 않다. 그동안 알려진 일부 사례는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거졌거나 확실한 내부 고발의 경우였다. 이번은 달랐다. 경찰이 증거를 찾아냈다. 병원 CCTV였다. 경찰 수사관 등 27명이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했다. 그 속에 행정직원이 수술 부위를 절개하는 모습, 다시 봉합하는 모습이 다 들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 수사의 시작은 제보였던 듯하다. 경찰이 10시간짜리 수술 영상을 제보받았다고 했다. 제보자가 대리 수술을 주장했다고 한다. 밝혔듯이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목격자가 없고, 의료 전문성의 벽도 높다. 이번에는 모두 밝혀졌다. 병원장 3명이 쇠고랑을 찼다. 아마도 CCTV가 확보되지 않았다면 주장과 반박만 오가는 논란에서 멈췄을 가능성이 크다. 수술실 CCTV가 환자 측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확실한 실례다.
때마침 수술실 CCTV 설치법이 국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다.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촬영하고, 열람은 수사·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 동의가 있을 때 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의료계의 반대가 많다. 그래서인지 의료계를 달래는 일부 예외 조항도 있다. 일정 조건하에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통과되지 않을까 싶다.
수술실 CCTV 설치가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환자 본인이 촬영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의사의 사적 근무 공간에 대한 과도한 감시다. 나름 동의를 얻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과 같은 사건이 이런 동의를 한꺼번에 날려 먹었다. 수술실 CCTV가 반드시, 그것도 시급히 필요하다는 이유를 시민들에 증명시켰다. 뿐만 아니다. 이제 많은 시민이 의심한다. 과연 대리 수술이 이 병원만의 범죄일까.
침소봉대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병원 얘기를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다. 법률은 99개의 준법이 아니라 1개의 불법을 근절코자 만들어지는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