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가족 상봉 기회나 편안한 휴식시간일 수 있는 명절에도 온전히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사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필수노동자들이다. 편찮으신 노인처럼 한 시라도 돌봄의 손길을 늦출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일하는 돌봄종사자들도 여기 속한다.
돌봄이 가족의 손을 떠나고 있다. 노인을 위한 대표적인 돌봄서비스인 장기요양서비스 인정자는 2020년 전체 노인인구의 10%를 넘어섰다. 요양병원 병상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0%이상씩 증가했다. 1인가구는 이미 주된 가구유형이 됐다. 2035년이 되면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자본주의가 도래하며 임금노동이 노동의 표준이 됐다.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부불노동인 돌봄은 노동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여성가족구성원이나 가정에 종속된 여성의 당연한 역할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가족 이외의 돌봄노동자에 의한 돌봄, 즉 사회적 돌봄이 없이는 사회가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돌봄노동을 대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13개 시도가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 및 지위향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도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전환을 잘 보여준다. 2022년까지 전국 시도에 설립되는 사회서비스원은 종합재가센터 직영과 국공립 시설 수탁을 통해 보육, 요양 등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직고용한 돌봄종사자는 물론 민간기관 종사자의 처우와 권익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위한 기관이다. 지난 8월31일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법적 지위가 공고해졌다.
누군가의 돌봄 없이 일생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돌봄노동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변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돌봄종사자들이 열악한 처우와 잘못된 사회적 인식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이번 추석이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고 있는 돌봄종사자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