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칼럼] 불어라! 청렴바람~

▲ 군포의왕교육지원청 최성업 주무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토요일 오후, 6살 아들이 살며시 다가와 내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불어라! 청렴바람~’.

과거 청렴 홍보 활동을 위해 제작했던 청렴부채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청렴바람을 외치며 더위를 몰아내는 해맑은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청렴부채는 ‘불어라 청렴바람, 퍼져라 청렴향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청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딱딱하고 일방적인 강의 중심 청렴 교육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삶을 노래하는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국가청렴도 1위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힌 만큼 ‘청렴과 행복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었다.

그렇게 사계절 내내 청바지를 입고 청렴을 외치던 과거 업무 분장표 속의 역동적인 나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인사발령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고, 굳이 기억을 꺼내 들추지 않는 이상 ‘청렴’이라는 단어는 내 기억 서랍 속 깊은 곳에 담겨 더 이상 일상에서 꺼낼 수 없는 낯선 추억이 됐다.

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혀 주던 부채도 선선한 가을이 되면 쓸모가 없어지는데, 철이 지나 쓸모가 없어진 물건을 빗대어 ‘가을부채’라고 한다.

이제는 청렴이라는 업무에서 벗어난 나에게 ‘청렴’은 더 이상 쓸모없는 물건으로 전락해버린 것일까? 청렴은 그저 계절을 타는 일시적인 감정일 뿐인가?

청렴은 유행을 타는 하나의 상품이 아니다. 청렴은 공직자의 최우선 가치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어쩌면 나는 청렴과 썸타며 요즘 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설레는 관계를 유지하다 손절한 나쁜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연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정한 간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간격을 서로 외면한 채 텅 빈 공간으로 남겨 놓는다면 외로움과 쓸쓸함이 고독하게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가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변화의 바람은 지속될 수 있다.

더위를 마감 짓는 입추가 훌쩍 지났지만 치솟는 늦더위에 사람들의 옷차림은 갈팡질팡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달력과 함께 넘어간 여름은 자신의 계절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인지 그 아쉬움을 늦더위로 달래고 있는 모양이다.

10도 안팎으로 큰 일교차를 통해 가을이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냈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의 바람을 꿈꾸며 청렴부채를 들고 청렴바람을 부채질해 본다.

최성업 군포의왕교육지원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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