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공연전시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 '흥미진진'
'정조의 성곽순행-수원화성의 밤을 걷다' 온라인 진행
1997년 12월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은 조선 성곽 건축의 꽃이라 불린다.
조선왕조 제22대 정조대왕이 세자에 책봉됐지만, 당쟁에 휘말려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을 수원 화산으로 천봉한 후 화산 부근에 있던 읍치를 수원의 팔달산 아래 지금의 위치로 옮기면서 축성됐다. 정조는 축성이 끝난 후 수원화성의 모든 내용이 담긴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를 편찬하도록 명했다.
수원화성에는 정조의 효심뿐만 아니라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한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정치구상도 담겨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생생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일 개막해 오는 24일까지 이어지는 <2021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이다. ‘의궤가 살아있다, 수원화성’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세계유산축전은 공연, 전시,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수원화성에 깃든 효의 가치를 다시 볼 수 있다. 또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축성과정과 의궤를 통해 수원화성이 가진 실용적ㆍ미적 가치를 살펴보고 정조대왕의 애민사상을 향유할 수 있다.
■평범한 백성부터 정조대왕의 이상향까지…공연으로 보는 수원화성의 역사
<화성축조, 함께함으로 살아나다 ‘부르나니, 꽃으로 오옵소서’>가 개막일 당일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축전의 시작을 알렸다. 공연은 수원화성을 만드는데 일조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백성들의 노고를 조망했다. 2m 종이인형을 제작해 화성행궁 낙남헌을 걸으며 이들의 의의를 되새길 수 있었다. 공연 영상은 8일부터 수원문화재단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감상할 수 있는 인형극 <화성, 완성하다>도 마련돼 있다. 지난 6일에 온라인으로 개최된 공연은 수원화성의 축성과정을 통해 정조의 개혁정신을 보여준다. 또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던 연희 ‘낙성연’을 재해석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주제공연 <묵적여실(墨跡如實) : 필묵으로 띄운 만개의 달>은 축전 마지막을 장식한다. 한국적인 움직임의 모던한 무용과 서구적인 뮤지컬이 결합한 가무악을 선보이는 퍼포먼스다. 정조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황금갑옷과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역사로 거듭난 의궤 기록의 위대함을 표현했다.
■과거 수원화성의 기록물 ‘의궤’…빛을 통해 본다
전시는 과거 기록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동북포루에 흐르는 빛의 기록 ‘의궤의 기록, 우리의 기억으로 완성하다’>, <단결의 활, 불꽃 명중하다>, <상상의 정원> 등 7개의 전시는 개막 당일부터 축제 마지막 날까지 곳곳에서 진행된다.
<동북포루에 흐르는 빛의 기록 ‘의궤의 기록, 우리의 기억으로 완성하다’>는 화성 성벽 아래 설치된 20m의 미디어 월을 통해 과거의 기록을 현대적 장치로 재창조했다. 당시 기록된 수원화성 의궤를 빛으로 보며 위대함을 세계에 전하고자 했다.
북서적대와 북서포루를 잇는 장안공원 일대에서는 <1840명의 장인이 쌓은 의궤 속 장인열전>이 진행된다. 화성성역의궤에 등장하는 화성건축의 숨은 주역인 축성 장인들의 직업과 역할에 대해 알 수 있다.
<상상의 정원>은 3개의 기둥으로 이뤄진 색채 조형물이다. 기둥을 통해 빛의 형상이 만들어 내는 상상이 자라나는 나무, 미래가 느껴지는 상상의 정원을 경험해볼 수 있다.
화성행궁광장에서 진행되는 조형물 전시 <단결의 활, 불꽃 명중하다>는 한호 작가의 ‘영원한 빛 - 신 득중정어사도’와 김원근 작가의 ‘정조대왕 보디가드’, ‘곽인상 작가의 ‘득중정어사도 증강현실’을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정조대왕과 신하들의 활쏘기와 매화포의식을 그림으로 기록한 ‘득중정어사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은 다양한 빛을 품어 웅장함을 더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수원화성의 다양한 면모
시민들이 직접 행사에 참여해 온몸으로 수원화성을 느끼는 교육, 투어도 마련됐다.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시작해 15일까지 진행되는 인문학 콘서트 <한 잔의 의궤>에선 권기봉 여행작가, 박시백 화백, 썬킴 역사방송인,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 교수, 알베르토 몬디가 매일 매일 30명의 시민들과 수원화성과 정조, 의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인문학 콘서트는 ▲버스킹 공연 ▲주제별 인문학 토크 ▲소통시간으로 구성됐다. 30명의 시민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콘서트에 참여해 버스킹 공연으로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며 출연진이 전해주는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역사여행작가인 권기봉은 포르투갈의 ‘마카오 몬테 요새’와 일본의 ‘오사카성’, ‘천수각’,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 등 해외의 다양한 성의 종류와 특징을 수원화성과 비교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시기인 만큼 간접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수원화성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박시백 화백은 직접 그린 정조실록 만화를 통해 수원화성과 정조의 이야기를 나눴다. 정조가 자라온 환경과 상황을 다뤘다. 특히 당시 권력을 둘러싼 역사적 뒷배경과 정조의 군주 자질을 만화와 함께 구체적으로 풀어내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인문학 콘서트에 참여한 한 시민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의 배경에 대해 궁금했는데 알 수 있게 돼 좋았다”라며 “익숙하게만 여기던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에 대해 새롭게 볼 수 있는 강의였다”고 평했다.
오는 15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정조의 성곽순행 - 수원화성의 밤을 걷다>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신병주 건국대 교수와 방송인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가 행궁광장을 시작으로 서장대, 화서문, 장안문, 수원천을 거쳐 성곽의 야경을 보여주며 화성에 관한 역사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전문가와 외국인이 보는 화성의 야경은 달라 폭넓게 수원화성을 볼 수 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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