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지역 내 지하도상가의 불법 양도·양수 및 전대 유예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이 개정안이 현행법 위반이 명백한 만큼, 재의요구를 위한 법률 검토 등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14일 제274회 임시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안병배 시의원(중구1)이 대표발의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만장일치로 원안 가결했다. 이 조례안에는 임차인의 직영 전환 및 전차인의 영업기간 보호를 위해 양도·양수, 전대 금지규정의 시행일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도록 명시했다.
앞서 시의회는 앞서 지난해 1월31일 조례개정 당시에도 5년 유예기간 연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5년의 유예기간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위반으로 유권해석한 탓에 2년 연장으로 축소해 조례를 개정했다. 그런데도 시의회는 또 한 번 상위법을 무시하고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건교위는 최근 민주당 이성만 국회의원(인천 부평갑)의 대표발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이번 조례 개정의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전통시장법은 최초 입찰을 통해 지자체 공유재산 등에 입점한 상인에게 최대 10년까지 계약 연장을 보장한다. 안 시의원은 “전통시장법 개정으로 법적요건을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이곳은 도로기능이 사라진 상가가 주된 역할이 아니므로 공유재산법 대상이 아닌 전통시장법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통시장법을 적용해도 인천의 지하도상가 모든 상인들을 위한 5년 연장은 불가능하다. 인천의 지하도상가는 대다수가 임차인이 아니라 불법으로 재임대 등을 받은 전차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3천474개 점포 중 전대차 계약을 한 점포는 무려 2천211개(63.6%)에 달한다.
고존수 시의원(민·남동2)도 “전통시장법이 시점상 지금 적용하긴 힘들지만 토대를 마련해놨다라는 부분에서 이 조례 자체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건교위가 이번 조례에 전통시장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이다.
시도 이날 조례 심의 과정에서 조례 개정안의 일부 내용이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조례 개정 당시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이 5년의 유예를 줄 경우 임차인 보호보단 특혜소지, 공익침해가 심각하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2년의 유예기간조차도 현행법상 정당치 않다는 서울고법 판결이 있었다”며 “만약 유예기간이 5년으로 개정이 이뤄지면 재의요구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법적 검토를 진행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시민 유모씨는 “집행부나 의원들 스스로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조례를 강행한다면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누구를 위한 조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민 강모씨도 “현실성 없는 조례가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의회가 항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조례를 추진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신경을 써서 입법활동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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