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김경준씨가 입국했다. 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여러모로 의심스런 입국이었다. 첫째, 기가 막힌 택일이다. 그해 대선은 12월19일이었다. 김씨 입국일이 11월16일이다. 대선을 한 달 남긴 날 들어왔다. 둘째, 그가 스스로 택한 입국이다. 미국에서 붙잡힌 건 2004년 5월이다. 한국 송환을 거부하며 버텼다. 그러다가 그 해 8월 한국행을 추진했다. 셋째, 야당 후보 의혹에 ‘키맨’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운명을 쥐고 있었다.
도대체, 왜, 뭘 믿고 들어온 것일까. 다들 기획입국설을 말했다. 주동은 이명박 반대 진영이라고 했다. 정동영 또는 민주당이 의심을 샀다. 그걸 깐 사람이 홍준표 의원이다. ‘민주당에 의해 기획입국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대선이 다 끝난 다음해 6월, 수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불법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폭로도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 기획입국설이라는 게 대체로 그렇듯, 진위 여부는 영원히 묻혔다.
대장동 키맨, 남욱씨가 입국했다. 18일 공항에서 체포됐다. 기획입국설이 파다하다. 정황은 있다. 첫째, 입국 시기 선택이다. 이재명 후보 확정 이후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 수사 지시’ 직후다. 둘째, 자발적인 결정이다. 여권 무효화 얘기가 있긴 했다. 그렇더라도 강제 송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변호사인 그도 알 텐데 들어왔다. 셋째, 대장동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이재명 연루설에 증인일 수 있다. 이재명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
‘도대체, 왜, 뭘 믿고 들어온 것이냐.’ 이번에도 기획입국설이 얘기된다. 실제로 그의 발언 몇 개가 의혹을 더한다. 입국 전 한 방송과의 인터뷰다. 세인의 관심에 ‘그분’이 있다. 이를 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이 지사와 관련 없다.’ 이 지사의 ‘설계 역할’도 관심 사안이다. 이에 대한 설명도 이렇다. ‘(시장 된 후)공영개발로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우리가 힘들어졌다.’ 모두가 이 지사 입장에 부합하는 진술 일색이다.
살폈듯이, 드러나는 기획입국은 없다. 정치와 섞이면 더 그렇다. 남씨의 기획입국설도 확인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번에도 증명될 역사의 법칙은 있다. 기획입국도 종단에는 여론을 따라간다는 점이다. 2007년, 김경준 입국은 여권의 호재였다. 정동영 후보가 바랐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계속 이명박으로 기울었다. 그러자 수사도 이명박으로 기울어갔다. 결국, 김씨는 이명박 정부 5년을 포함해 8년을 갇혀 지냈다.
남씨 입국은 지금까지 이 지사에 유리하다. 유리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대선까지 이런다고는 장담 못한다. 여론조사 추이가 변수다. 그 변화에 따라 수사 방향도 요동친다. 이 지사가 여론에서 앞서가는 상황이면 수사도 이 지사에 유리하게 갈 것이다. 이 지사가 여론에서 추락하는 상황이면 수사도 이 지사에 불리하게 바뀔 것이다. 정치공학적 셈이지만 대선판에 정의는 없다. 이기는 쪽이 정답이다. 기획입국 역시 승자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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