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시장에 가기가 겁난다고 한다. 라면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미 상당히 올랐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해서 2%대를 기록했다. 10월에는 3%대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삼은 1.8%는 고사하고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 2% 역시 지키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기름값은 연일 치솟고 있어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주 기준 휘발유 가격은 2014년 11월 둘째 주의 1천735.6원 이후 최고치다. 지난 23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천753.2원으로, 하루 만에 4.5원 오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 5주 연속 상승 중이다. ℓ당 주간 휘발유 상승 폭은 0.8원→1.9원→8.7원→28.3원→45.2원으로 매주 커지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새로운 코로나19가 닥친 것과 다름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기름값 상승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원유 가격은 이미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 위드 코로나로 전환돼 경기가 다소 활성화됨으로써 원유 수요가 급증된 상황에서 산유국들의 증산 억제 여파로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문제는 국제 유가 상승이 단순히 국내 휘발유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각종 수입물가도 동반 상승하게 돼 소비자 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점이다. 라면 값 인상 등에서와 같이 원재료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 유가와 환율 동향에 대한 면밀한 추적과 유류세 인하 방안 등 정책적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22일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정책점검회의에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인하 방침을 공식화 했다. 따라서 이번주 개최되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인하 폭과 시기 등 세부내용이 발표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대책은 물가상승률이 억제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 왔을 정도로 안일했다. 그러나 이제라도 유류세 인하 등 물가대책을 추진한 것은 비록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이다. 정부는 물가와 소비 등 경제지표의 악화를 막는 단기 대책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최대한 유류세 감면 폭을 넓혀 장기적 관점에서 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강력한 소비자 물가대책을 마련, 코로나19로 힘든 서민의 삶이 휘청거리지 않도록 해야 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