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배달라이더의 소득세를 과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배달비 상승 부담이 업주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2월부터 등록된 배달라이더의 월 소득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내년 1월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보험료 산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취지인데, 이에 따라 배달비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동탄에서 배달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A씨(52)는 매출의 30% 이상을 배달비가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달라이더의 소득세 과세로 인한 추가적인 배달비 인상은 결국 업주들의 매출 감소나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성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도 “배달비가 커피 한 잔 값보다 비싼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 더 오르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배달비가 더 오르면 매장 판매만 할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배달라이더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원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36)는 “코로나19 이후 한 달에 수백만원을 벌었던 배달원도 있는데 세금을 안 내는지 모르고 있었다. 세금을 걷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로 인해 배달비가 상승하면 인근 점포들과 협의해 전담 배달원을 고용하는 등 배달대행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일부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은 이미 본격적으로 배달비 인상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 위례 등 일부 지역의 대행업체들은 다음 달부터 배달비 500원~1천원 인상을 고지한 상황이다. 소득세 과세 등으로 인한 배달라이더들의 이탈을 막고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상백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며 “다만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정책적 유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일 전국 1천여명의 라이더들은 배달비 기본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하루 배달을 진행하지 않는 ‘오프데이’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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