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총량제’ㆍ백종원 ‘엄격’
퇴직ㆍ청년 꿈, 보상 없이 뭉개
‘식당 수’ 아닌 ‘손님 수’가 정책
지난해 6월이었다. 김종인씨가 백종원씨를 언급했다. ‘대권 후보로 백종원 어때요’. 정확한 워딩은 “백종원씨 같이 대중친화적 사람이 나와야 한다”라고 알려진다. 의원들과 오찬 자리였다. 백씨가 웃어넘겼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랬던 백씨가 대선판에 또 등판했다. 얼마 전 이재명 후보가 음식점 총량제를 말했다. 야당이 공격했다. 캠프가 반박 논리를 만들었다. 여기서 등장한다. ‘백종원도 했었던 주장이다. 그러니 옳다.’
백종원 대표의 발언은 2018년 국정감사 때다. ‘한국 프렌차이즈의 문제’를 묻는 질문에 답했다.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매장을 내려면 1~2년 걸린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스펙션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구를 이재명 캠프가 인용했다. 당시 화면을 공개했는데 이런 자막을 넣었다. ‘허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 인스펙션은 안전점검, 검사를 뜻한다. 다른 뜻이다. 다소 억지스럽다.
대단히 큰일은 아니다. 넘어가도 될 일이다. 그런데 그러기 불안하다.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이 후보의 스타일 때문이다. 웬만해선 주장을 바꾸지 않는다. 합리화를 위한 논리 개발은 늘 기발하다. 이 문제도 그리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야권이 꼬투리로 잡았다. 계속 써먹을 기세다. 이러면 이 후보도 발끈할 것이다. 음식점 총량제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짚고 가려는 것이다. 이건 아무리 봐도 옳은 정책이 아니다.
백종원은 재벌이다. 그의 ‘더 본 코리아’는 업계 문어다. 시중에 브랜드만 엄청나다. 원조쌈밥집ㆍ한신포차ㆍ본가ㆍ새마을식당ㆍ빽다방ㆍ홍콩반점ㆍ미정국수ㆍ백스비어ㆍ역전우동ㆍ돌배기집ㆍ백철판ㆍ롤링파스타ㆍ인생설렁탕ㆍ리춘시장ㆍ성성식당ㆍ막이오름…. 각 점포가 수십~수백개씩이다. 없는 곳이 없다. 이런 그가 한 주장이다. ‘새로운 음식점 허가를 엄격히 하자.’ 이제 와서? 자기는 돈 수백억 벌어 놓고?
그의 발언이 깔고 있는 정서도 옳지 않다. 망한 책임을 개인에 돌린다. 겁 없이 대들어서 망했다고 단정한다. 전지전능한 시각으로 내려 본다. 그는 완벽한가. 안 망했나. 행복분식ㆍ해물떡찜ㆍ알파갈매기살ㆍ절구미집ㆍ한국본갈비ㆍ최강집ㆍ백스비빔밥ㆍ대한국밥ㆍ죽채통닭ㆍ마카오반점ㆍ라면셀프제작소ㆍ사운드바삭…. 없어진 그의 브랜드다. 굳이 다르다면 이거다. 망해도 돈으로 메꾼다. 전형적인 재벌식 확장이다.
이래놓고 식당 장벽 높이자고 주장하면 되나? 참 배부른 소리다.
대한민국 60대. 월급쟁이로 살아왔다. 정년이 다가온다. 회사에서 역할 끝났다며 가란다. 집에서 가장 역할은 끝나지 않는다. 육신 멀쩡한 게 더 서글프다. 그래서 꿈꾼 게 식당이다. 평생 먹었던 음식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평생 만들었던 음식이다.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평생 사먹었던 식당이다. 잘 될 거로 생각한다. 선택이 아니다. 이것 말곤 해볼 것도 없다. 꽤 망하지 않는 이들도 꽤 있다. 이걸 뭔 자격으로 하라 말라 하나.
‘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이재명). ‘남발하면 안 되니까’(백종원). 개업 막자는 이유다. 배려 같기는 하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다. 쿼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그래서 식당 해 볼 권리조차 박탈당할 사람들-을 어쩔 건지는 없다. 실직한 가장이다. 그들에 뭘 해줄 수 있나. 기본 소득 월 8만원? 그 돈이면 가장 역할 할 수 있나. 취직 못 한 청춘이다. 그들에 뭘 해줄 수 있나. 청년수당 연 100만원? 그 돈이면 자식 역할 할 수 있나.
음식점 총량제, 결국엔 권력이 흔드는 통제 다. 음식점 조건 강화, 결국엔 재벌이 휩쓰는 독점이다. ‘허가’든 ‘inspection’이든 다를 거 없다. 퇴직자ㆍ청춘의 꿈-어쩌면 꿈이라고 하기에도 초라하게 비칠지 모르지만-을 뺏어가기는 마찬가지다. 퇴직자ㆍ청춘, 그들이 원하지 않는 나라는 이런 나라다. 장사 안된다니까 식당 숫자 줄이겠다는 나라…. 그들이 원하는 나라는 이런 나라다. 장사 안된다니까 손님 채워주겠다는 나라….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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