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속도전에 편의점도 동났다…타이레놀 품귀 현상

#1. 수원시 장안구의 A 편의점을 운영 중인 안은경씨(52ㆍ가명)는 최근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을 찾는 손님이 올 때면 “죄송하다”는 말로 돌려보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타이레놀을 찾는 손님 수요와 비교해 재고 부족으로 편의점에 입고되는 타이레놀의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일주일에 월ㆍ수ㆍ금 3번 발주가 있는데 발주 당 1갑씩의 수량 제한이 있다”면서 “그 한 갑마저 들어온 지 몇 시간 만에 재고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2. 용인시의 B 편의점도 ‘타이레놀’ 재고 부족에 손님 돌려보내기가 일상이 됐다.

사흘 전에는 길 건너편 2곳의 편의점을 포함해 총 5곳을 들렀다가 온 손님 역시 이곳에서도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점장 신명희씨(56ㆍ가명) 타이레놀 칸만 텅텅 비어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선반을 가리키며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은 계속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신 점장은 “최근 손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타이레놀 있나요?’”라며 “약국처럼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이 없어 타이레놀을 찾는 손님에게 다른 걸 권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약국에 이어 편의점에서도 동나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발열과 두통 등의 후유증을 겪는 시민들이 많은 데다 기습적인 가을 한파까지 찾아오면서 해열진통제의 수요가 증가한 탓이다.

‘타이레놀 품귀 현상’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매출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브랜드 CU의 안전상비의약품(타이레놀, 베아제, 제일쿨파스 등)의 매출을 살펴보면, 해당 품목의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9% 감소한 반면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올해(1~10월)는 17.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 감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감기 등 감염성 질환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식약처에서 인증한 같은 성분의 해열진통제들이 있지만, 타이레놀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의 대명사가 돼 이 같은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품명이 타이레놀이 아니더라도 식약처에서 품질을 인증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먹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정민훈ㆍ박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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