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의료법상 의사-환자 간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 중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진료의 수요가 확대되고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재난수준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급히 마련된 제도인만큼 국민건강 안전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완성도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전격적인 원격의료 도입으로 보기엔 어렵다.
2001년 미국에서는 평범하고 건실했던18세 남학생이 온라인약국에서 25세로 신분을 위조하고 거짓 허리통증을 꾸며내어 손쉽게 마약성 진통제 바이코딘을 다량 구입, 과다복용으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또한 8개월간 24만4천명의 환자를 원격진료(하루 평균 약 1천명 진료)한 의사가 발각되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7년 뒤 2008년 최초 1회 대면진료를 의무화하고 오남용ㆍ중독 가능한 의약품의 온라인 처방을 제한하는 등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명시한 소비자보호법, 라이언하이트 법안을 도입했다.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최근 일부 라이언하이트 규제가 완화된 실정이지만, 안전성 문제가 남아있어 아직 영구적인 규제완화는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2020년 영국에서도 원격의료ㆍ온라인약국 사용 뒤 환자가 사망한 사건들이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38세 여성이 코데인을 여러 온라인약국에서 과량 구입하였으나 의사, 약사의 중재가 정상적으로 시행되지 못하여 사망한 케이스이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검시관은 보건의료시스템 상 동일한 사건이 반복될 우려가 있어 오남용우려 의약품의 온라인 처방 중지의 필요성을 호소한 보고서를 보건당국에 제출하였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의사가 첫번째 처방전 발행 뒤 항생제를 다른 약으로 수정하여 두번째 처방전을 발행하였는데 수정처방전이 전산반영되기 전 이미 환자가 첫번째 처방전에 기재된 항생제를 온라인약국에서 조제 받아 부적절한 항생제를 복용하였고, 결국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한시적 비대면진료 허용법안은 최초 1회 대면진료라는 최소한의 규제도 하지 않아 환자의 신분 확인이 어렵다. 전화만으로 진료하므로 실제 증상이 맞는지 검사를 하거나 검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 처방전을 병원에서 약국으로 팩스 전송하게 되어 있으나, 약국이 처방전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병원 전화번호로 연락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꾸민 위조 처방전을 검수하는데 한계가 있다. 다행히 지난 11월 2일부터,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한시적 비대면진료 처방이 금지되어 뒤늦게 라도 제도적으로 보완된 점은 환영할 일이다.
가짜 온라인약국과 위조 의약품 온라인 불법유통을 단속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시국 이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대량의 가짜 비아그라를 온라인 불법 유통한 업자들이 매해 적발되고 있다. 대한약사회와 각 지역약사회는 이러한 가짜약 유통을 원천봉쇄하고 대면복약지도를 시행하여 약물 오용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본인 및 법정 대리인이 약국을 직접 방문해 의약품을 직접수령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약배달 앱이 난립하는 추세이며, 코로나가 장기화되어 가짜 온라인약국과 위조의약품이 발생할 경우 환자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활용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모색을 위한 논의가 보건의약계는 물론 IT업계 전체의 시선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황조음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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