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 산업을 위한 행정 얘기가 들린다. 경기도가 개최한 ‘경기도 영화ㆍ영상산업 중장기 인프라 구축 방안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다. 1억1천570만원의 예산으로 2022년 6월3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용역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한다. “도내에 있는 여러 영화 영상 관련 단지를 연계하거나 권역별로 특화하는 등 경기도만의 특성화된 영화 영상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다.” 잘 준비되길 바란다.
판단하기에 앞서 짚어 볼 과거가 있다. 경기도가 쏘아 올렸던 ‘한국판 할리우드’다. 일산 장항동에서 2005년 시작했다. 한류와 할리우드를 합성해 ‘한류Wood’라고 명명했다. 손학규 지사가 직접 발표했다. 게임월드, 공연장, 한류쇼핑센터, 예술종합학교, 연예기획사, 벤처타워, 문화 거리 등 화려했다. 그 핵심에 영화촬영 세트장도 있었다. 100만㎡에 그려진 대규모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실체 없는 허상이었고, 실패하게 될 계획이었다.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2004년 1월이다. 이어 2008년 5월 착공식이 있었다. 2009년 2월에 한류월드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 모든 게 경기도 행정의 내부 행위였다. 실질적 사업 진척은 아니었다. 진정한 출발이라 할 민간 사업자 선정이 2015년에야 성사됐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겨우 맺었다. 이나마 박근혜 국정 농단의 ‘차은택 스캔들’에 휘말렸다. 의미를 부여할만한 사업 승인이 난 건 2020년이다. 17년만에 뗀 한발이다.
솔직히 미심쩍기는 지금도 나아진 것 없다. 처음부터 될 사업이 아니었다. 몇 가지 풍물 재연한다고 리틀 재팬, 차이나 거리, 동남아 거리가 되나. 그런다고 일본ㆍ중국ㆍ동남아 관광객 오나. 영화 촬영 세트장은 어떻게 짓겠다는 그림도 없었다. 오만가지 아이디어를 쏟아 부으려다 보니 넓은 땅이 필요했다. 공짜 땅을 고르다 보니 외진 곳을 택하게 됐다. 관광객이 올 교통접근성이 그렇게 무시됐다. 처음부터 성공엔 관심 없는 행정이었다.
전국에 한국판 할리우드다. 한국판 유니버설도 도처에 있다. 성공한 곳이 없다. 참담히 망한 곳이 대부분이다. 천안시 미죽리 49만㎡에 건물 두 채가 있다. ‘한국판 할리우드’였다. 1999년 영상문화복합단지로 시작했다. 외자 유치 등 청사진이 10년만에 날아갔다. 인천 옛 송도유원지 인근에 7년 된 빈터가 있다. ‘파라마운트 무비 파크 코리아 신축 공사’라고 쓰여 있다. 세계적 영화 촬영 세트장을 짓겠다고 했는데 저렇게 됐다.
이번 용역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과하지 않아야 한다. 여건에 맞아야 한다. 실현 가능해야 한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젠 성공하는 할리우드도 등장할 때가 됐다. 기왕이면 경기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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