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화재사고의 원인을 규명해보면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화기 미비치, 경보기 미설치, 화재감지기 오작동, 스프링클러 잠금, 비상구 폐쇄, 소방용품 불량 등 다양하다. 모두 소방법 위반 사례다. 소방시설 부정ㆍ부실 검사 등 엉터리 안전점검도 문제다. 화재의 상당수는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지만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기일보가 경기도내 지하도상가 내 소방시설을 점검했다. 도내엔 수원, 성남, 부천, 안양, 의정부 등 5곳에 지하도상가가 있다. 이들 지하도상가는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고 대피가 쉽지 않아 소방시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부분 관리가 미흡해 대형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준공된 수원역전지하도 상가는 분말소화기에 가스가 없고, 시설 점검표도 찾기 어려웠다. 유독가스 차단을 위한 방화셔터도 방치돼 있고, 피난 유도등은 비상구와 반대 방향으로 표시돼 있었다. 성남중앙지하도상가 역시 48개 분말소화기 중 절반 정도가 마네킹과 옷 거치대 등에 파묻혀 찾기 어려웠다. 마스크, 구급함 등이 있는 재난안전용품 보관함 앞에는 대형 화분과 청소도구가 놓여 위급상황시 이용이 쉽지않아 보였다.
전체적으로 지하도상가의 소방시설 관리는 낙제점이었다. 피난시설, 방화시설 주변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두면 안되는데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방화셔터, 피난 유도등 등은 시민 생명을 지켜주는 도구로 수시 점검해야 하는데 엉터리가 많았다.
소방시설 불량과 허술한 관리는 지하도상가뿐이 아니다. 복합건축물, 다중이용시설, 대형공사장 등 곳곳에서 불량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도내 복합건축물 204곳을 점검, 소방시설이 불량한 47곳(23%)을 적발했다. 주요 위반 사례는 화재수신기 차단, 고장 난 소방시설 방치, 피난통로 물건 적치 등이다. 지난 7월엔 숙박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410곳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98곳(23.9%)에 대해 입건 등의 조치를 했다. 4월엔 대형공사장 400곳 일제 단속에서 임시소방시설 미설치 및 무허가위험물 저장 등 84곳(21%)을 적발했다.
최근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은 숙박업소 등에 검정을 받지 않은 간이완강기와 소화기를 판매해 온 47개 업체를 적발했다. 간이완강기 등은 화재 발생 때 이용자 탈출을 돕는 피난용 소방용품인데 불량품을 유통하다니 황당하다. 불량 소방 용품과 시설, 엉터리 소방안전점검 등은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ㆍ재산 피해를 입게 한다. ‘설마, 내가?’ 하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부른다. 단속을 철저히 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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