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때 청각장애, 입문 3년만에 100m 한국기록 작성…장애인 이어 비장애인 육상서도 태극마크 꿈
“육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올해 데플림픽에서 세계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4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 DB(청각장애) 100m와 200m, 400m 계주를 차례례로 석권해 3관왕에 오른 공혁준(25ㆍ안양시청). 그는 그해 11월 열린 전국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 100m서도 10초64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해 오는 5월 브라질 카시아스두술에서 열릴 데플림픽(4년마다 열리는 청각장애인올림픽)에서의 입강 가능성을 높였다.
공혁준의 이 같은 성과는 육상에 입문한지 불과 3년 남짓만에 일군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에 안양시청 강태석 감독ㆍ박승혁 코치의 철저한 관리와 지도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공혁준은 5살 때인 2002년 유치원서 받아쓰기를 하던 중 교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청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후 결국 2007년 청각장애 판정을 받게 됐다.
일반 학교서 평범한 학생으로 학창생활을 보낸 공혁준은 한남대 체육대학 진학 후 선배의 추천으로 장애인체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 체육 입문을 수소문하던 중 지난 2018년 대전시장애인체육회를 통해 대전시청 육상팀과 접촉했고, 그의 재능과 열정을 눈여겨 본 강태석 감독의 권유로 이듬해 1월 안양시청 육상팀에 합류했다.
공혁준은 육상을 시작한 첫 해 어머니가 난소암 판정을 받은데다 두 여동생 마저도 청각장애가 심해지는 등 가정에 어려움이 잇따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더 열심히 트랙을 달렸다.
강태석 안양시청 감독은 “(공)혁준이가 안 쓰던 근육을 쓰면서 첫 2년간 왼쪽 발 부상에 시달리는 등 부침도 있었다”라며 “그러나 근력을 비롯한 타고난 재능이 워낙 뛰어난데다 가르쳐 주는대로 잘 받아들여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앞으로 10초3 후반대에서 10초4 초반대까지 기록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공혁준의 시선은 데플림픽을 향해 있다. 단순 금메달 획득을 넘어서 자신의 활약을 통해 장애인체육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다.
공혁준은 “브라질 데플림픽서 100m와 200m를 모두 제패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청각장애인이 되고 싶다. 또한 비장애인 육상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장애인체육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도록 힘을 보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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