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일제강점기 ‘경기도보(京畿道報)’ 한글 번역에 돌입한다. ‘경기도 고문서, 일제강점기 경기도보 번역’ 사업을 수립, 올해부터 3년간 4억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기도사편찬팀이 주축이 돼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한자로 된 도보를 한글로 번역, 전자책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경기도는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경기도보를 수집,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1911년부터 1944년까지 발행된 36권 분량의 일제강점기 도보는 경기도 행정체제의 근대화 및 제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행정적ㆍ사료적인 면에서 수집 가치가 크다. 경기도보는 국회도서관,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산도서관 등에 흩어져 있었는데 도가 원본을 입수, DB구축 작업을 했다. 이후 일반인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경기넷에 게재했다.
경기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일제강점기 경기도보를 볼 수 있다. 전체 15권의 전자책으로 구성돼 있다. 권당 1천500~2천여 페이지다.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DB로 구축하기까지 경기도의 노고가 컸다.
하지만 도보가 한글번역본 없이 한문으로 돼있어 일반인들이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본보가 지난 6월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자로 쓰인 사료를 그대로 캡쳐해 디지털화 한 전자책을 도민의 알권리와 정보제공 차원에서 공개했지만 이해나 활용이 어려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최소한 한글 요약본이나 참고자료 정도라도 있어야 한다는 도민 여론을 보도했다.
경기도가 경기도보 번역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도보를 수집해 DB로 구축하고, 이어 도민 편의를 위해 한글로 번역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이번 작업을 경기도사편찬팀에서 맡기로 한 것도 적절하다. 경기도는 1953년 ‘경기도지 편찬위원회’를 구성, 1955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지(京畿道誌)’를 발간했다. 1957년까지 3권을 간행했다. 이후 20여년간 단절됐다가 경기도사편찬위원회가 재구성, ‘경기도사편찬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왕성한 간행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편찬위는 2011년 폐지되는 불운을 겪었다. 경기도는 지역사 편찬의 선도적 역할을 했으면서 지방자치가 튼실해진 2010년대 이후 오히려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졌다.
다행히 경기도사편찬위는 2020년에 되살아났다. 경기도사편찬위는 경기도 역사 데이터의 중요한 산실로 어떤 단체장도 맘대로 폐지해선 안된다. 지역 역사를 기록하고 현재와 미래를 담아낼 수 있게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경기도보 번역은 박수를 받을만한 작업이다. 경기도보 번역을 계기로 경기도사 편찬 사업이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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