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도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모임을 4명으로 제한하고, 쇼핑 예약을 제한하고, 업소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다른 유럽 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조치다. 이에 대해 한 인권연맹이 소송을 제기했다. 방역 조치가 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브뤼셀 법원이 인권연맹 손을 들어줬다. 모든 방역 조치를 30일 내로 해제하도록 한 판결이었다. 세계 각국이 이 판결을 주목했다.
방역 강제의 부당성을 지목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됐다. 이때를 생각하게 하는 결정이 우리 법원에도 등장했다. 4일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가처분 결정이다. 학부모ㆍ사교육 단체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신청이었다.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한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게 내용이다. 법원이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학습권,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들어 인용했다.
판사가 밝힌 구체적 설명이 있다. 백신미접종자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화 조치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집단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치”라고 했다. 정부 방역패스 정책 자체에 대한 지적은 특히 눈에 띈다. ‘미접종자 집단이 백신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방역 당국ㆍ의료 전문가들의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른 방역패스 적용 시설 관계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방역패스가 적용되고 있는 시설이 수두룩하다. 유흥시설, 노래(코인)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내국인) 등 20개 업종이 넘는다. 사실상 소상공업 대부분이다. 운영자와 종사자 등 이해관계인의 수가 천문학적이다. 이들의 고통도 학원ㆍ독서실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을 다 빼앗기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판결을 되짚어 보자. 2021년 3월30일의 판결이었다. 코로나 창궐이 지금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행정부의 방역 통제 자체를 판단한 것도 아니었다. ‘정당한 법적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절차적 문제였다. 지금 세계는 다시 코로나 펜데믹에 쌓였다. ‘브뤼셀 판결’이 더는 안 들린다. 사법부 판단이 행정부와 다를 순 있다. 그것이 곧 사법부 독립의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아니다. 국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국민 정서에 닿지도 않는다. 공익이란 둑이 무너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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