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3명이 순직한 ‘평택 냉동창고 화재’ 역시 인재(人災)로 인한 비극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불이 난 팸스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은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연면적은 19만9천762㎡에 달한다. 축구장 28개와 맞먹는 규모지만, 소방시설 강화를 의무로 한 현행법의 적용 범위에선 벗어난다. 소방시설법은 대형화재를 막기 위한 ‘성능위주설계’를 연면적 20만㎡ 이상의 건물에 대해서만 의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능위주설계란 건물의 특성, 현장 여건 등을 따져 설계 단계부터 소방시설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인데 불과 238㎡ 차이로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서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사고를 계기로 이 기준을 연면적 10만㎡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건물은 불이 나기 전부터 ‘화재 위험’에 대한 당국의 경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11월23일 이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을 점검한 뒤 지상 4층에서 배관을 절단하는 작업을 진행할 때 불티가 날려 화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방지포 및 소화기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해 11월30일 문제의 현장은 공단의 지적사항을 개선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다시 5주가 흐른 이달 5일 지상 1층에서 불이 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5명은 바닥 타설과 함께 미장 작업을 진행하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그 시간대가 자정에 가까운 야간이었다는 점에도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2020년 12월 붕괴 사고가 벌어져 5명의 사상자를 낸 현장이다. 추락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은 탓에 노동자 5명의 추락을 막지 못했는데,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재해가 발생했다. 당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부실시공과 안전조치 미흡에 따른 ‘인재’라는 결론을 내놨다.
이 밖에도 소방 당국의 성급한 지휘 판단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소사공노)은 지난 7일 ‘우리 소방관을 헛되이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는 성명서를 내고, 대원들이 순직하는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 화재 때와 같이 내부에 인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 상황에서 구조대를 투입했던 지휘부의 무리한 판단을 꼬집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편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이형석 소방경(50)과 박수동 소방장(31), 조우찬 소방교(25)의 합동 영결식이 지난 8일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경기도는 고인들에 대해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조훈장을 추서했으며,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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