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새 역사 쓴다”...오늘부터 수원·용인·고양특례시

100만명 이상 전국 4곳 명칭 부여
행정 수요 걸맞은 실질적 권한 확대
특례시민 폭넓은 복지 혜택 기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용인·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4개 도시가 13일 특례시로 공식 출범한다. 사진은 12일 오후 (왼쪽부터) 수원ㆍ용인시청에 걸려있는 출범 축하 현수막과 고양 특례시청ㆍ시의회 명칭으로 새로 교체된 표지석. 김시범ㆍ윤원규기자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용인·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4개 도시가 13일 특례시로 공식 출범한다. 사진은 12일 오후 (왼쪽부터) 수원ㆍ용인시청에 걸려있는 출범 축하 현수막과 고양 특례시청ㆍ시의회 명칭으로 새로 교체된 표지석. 김시범ㆍ윤원규기자

지방자치의 초석이 될 특례시가 출범했다.

13일 인구 100만명 이상의 수원시(121만명)를 비롯해 용인시(107만명), 고양시(108만명), 경남 창원시(103만명) 등 4개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최초로 ‘특례시’ 명칭을 부여받는다.

지난 1998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인 지난 2020년 12월 개정된 게 발단이다.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 ‘특례시’라는 명칭을 부여한다는 게 주요 골자인 해당 개정안은 공포(지난해 1월12일) 이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는 부칙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중간 격인 특례시가 탄생한 것이다.

그동안 인구 100만명 이상의 광역시급 규모에도 이들 지자체는 기초단체라는 체급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다. 늘어나는 행정 수요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경기도나 중앙정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등 행정의 비효율성이 초래돼 왔다. 이 때문에 해당 지자체들은 지난 2018년 8월 ‘100만 대도시 특례 실현 상생협약식’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법 개정과 특례시 출범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특히 이번 출범으로 특례시민은 폭넓은 복지 혜택을 받게 됐다. 애초 특례시는 물가나 생활수준이 광역시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기초단체라는 이유로 ‘중소도시’로 분류돼 복지 역차별을 받아왔다.

일례로 재산 6천900만원의 수원시민과 울산광역시의 시민은 같은 액수의 재산을 갖고 있음에도 수원시민은 기초생활보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없었다. 중소도시의 재산 기준은 4천200만원 이하인 반면, 광역시 등 ‘대도시’는 6천900만원 이하로 각각 설정됐었기 때문이다.

이에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4개 특례시장은 이와 관련한 기본재산액 상향을 요청해왔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16일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의 기본재산액을 개정해 특례시를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올해 1월13일부터 조정했다.

이를 토대로 주소득자의 실직이나 질병 등 갑작스러운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위한 긴급지원의 선정 기준도 완화됐다. 이 외에도 주거지원을 받는 특례시 4인 가구는 월 최대 42만2천900원을 받았으나 64만3천200원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한부모가족 급여 등도 늘어났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특례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제도”라며 “남은 과제인 행정권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례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름만 특례시’… 행정 권한·조직 규모는 여전히 기초단체

국내 지방자치 역사에 기록될 특례시가 출범하지만 여전히 기초자치단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행정 권한’과 ‘조직 규모’는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12일 4개 특례시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수원시를 비롯해 용인ㆍ고양시,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명 이상의 특례시는 지난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된 후 행안부와 특례시에 걸맞은 행정 권한 이양을 논의하고 있으나 출범일까지 단 한건도 받지 못했다.

이미 1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살고 있는 이들 지자체들은 다른 기초단체와 달리 면적 20만㎡ 미만 등 건축물에 대한 허가권 등 10건의 추가적인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특례시 출범에 발맞춰 이를 확대하려 했다. 이름만 특례시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수원시 등 4개 지자체는 지난해 8월부터 행안부와 TF팀을 구성, 383개 단위 사무를 검토한 뒤 16개 사무를 추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이 중 산지전용허가 등 4건의 사무가 이양되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각 부처의 의견 조회와 개별 법률 개정 절차가 남아 있어 현재 특례시가 손에 쥔 권한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조직도 풀어야 할 숙제다. 행안부는 지난해 11월30일 특례시 본청에 실ㆍ국을 한시적으로 1개 설치하고, 구청장(3ㆍ4급)을 보좌하는 4ㆍ5급 담당관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개정안은 반쪽짜리에 불과해 특례시 공직사회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애초 특례시가 요구한 구청장 직급 상향과 부구청장 신설을 행안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대민 업무의 최전선에 있는 구청의 경우 구청장이 통장 모임 등 행사 참석이 잦은 탓에 구청장을 보좌할 부구청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욱이 해당 법안에는 구청 4ㆍ5급 담당관 신설이 특례시 구청 중 1개 구로만 명시돼 있어 모든 구에서 해당 제도의 도입이 불가능하다. 수원시 장안구ㆍ팔달구, 고양시 일산동구ㆍ일산서구는 구청장 직급이 4급 자리여서 담당관 신설에서 제외된 실정이다.

여기에 1개의 본청 실ㆍ국 신설마저도 2년 뒤 성과 평가를 받은 후 존폐가 가려지기에 행안부가 특례시의 조직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마저 사고 있다.

최창석 수원특례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구청장 혼자 각각 10개 이상의 구청 과와 각 동을 모두 총괄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조직까지 주지 않는다면 이름만 특례시로 전락할 것”이라며 “오는 17일 1인 시위를 통해 조직확대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특례시가 출범한 만큼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박윤환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 권한뿐만 아니라 조직도 행안부에서 일괄적인 기준을 하달하는 것보단 특례시가 필요한 부분을 건의해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안부 관계자는 “특례시와 매주 회의를 개최하는 등 행정 권한 이양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으며 조직의 경우 시민 여론을 고려해 이 같이 입법 예고했다”면서도 “성공적인 특례시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휘모ㆍ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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