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엄마들의 예술이야기’…원뮤직랩, '활짝'

활짝 전시에 참여한 강근옥 작가
활짝 전시에 참여한 강근옥 작가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예술인으로서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12일 부천시 상동의 한 갤러리에서 특별한 전시가 개최됐다. 여느 전시장에 걸린 작품과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들이 특별하다. 결혼과 동시에 출산과 육아로 예술인의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경력단절 엄마’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오는 18일까지 부천 못그린 그림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원뮤직랩의 캘리그라피 전시 <활짝>에서 예술인으로서 다시 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부천 원뮤직랩과 함께한 이번 전시는 육아 때문에 경력단절이 된 강근옥ㆍ문자미ㆍ민혜영ㆍ손인순 등 4명의 캘리그라피 작가가 참여했다. 원뮤직랩은 작품 활동과 전시를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엄마라는 이름에서 작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되찾아 주고자 했다. 전시명 <활짝> 역시 전시 기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통해 4명의 작가가 ‘활짝 피어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박하나 원뮤직랩 대표는 “엄마라는 이름은 참 특별하다. 누군가를 앞으로 나가게 하지만 정작 본인은 멈춰 있는 이름”이라며 “각자의 사정으로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이 문을 ‘활짝’ 열고 예술가의 길로 다시 나서며 희망을 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활짝 전시 전경
활짝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사랑, 인생, 희망, 활짝 등을 주제로 오랜만에 자신의 글씨를 써내려간 작품을 선보였다. 필명과 필체는 각기 다르지만 서로 작업 상황을 공유하고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인’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5년간 캘리그라피를 해온 강근옥 작가는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해왔지만 출산과 육아로 점점 멀어지게 됐고 전시의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없었다. 강근옥 작가는 “창작욕구는 있었지만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기엔 힘들었다”며 “소중하게 얻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움츠려 있었던 것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작품활동을 재개하면서 작은 소망을 얻게됐다”고 말했다.

전시에 함께 참여한 민혜영 작가는 손 글씨를 쓸 때 모든 근심이 사라지고 오롯이 좋은 문구와 자신만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민 작가는 육아와 경력단절로 마음속에 항상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었는데 글을 쓰고 그리는 일이 마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손인순 작가는 어린아이를 돌보던 어른에서 자신이 어린아이가 돼 순수한 창작욕구를 붓으로 달랬다. 문자미 작가는 집안일과 육아에 파묻혀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찾고 글로써 활짝 피어날 새 삶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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