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떨어졌네요”…자영업자들 신용도 떨어뜨리기 전쟁

“드디어 신용점수가 떨어졌습니다. 이걸 기뻐하는 제 모습이 참 웃프네요”

정부가 저신용자 소상공인에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면서 일부 소상공인들이 신용도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 금융정책의 부작용이 이미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을 또다시 궁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3일부터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희망대출’을 실시했다. 지원대상은 지난달 27일 이후 소상공인 방역지원금(100만원)을 받은 소상공인 중 저신용(나이스평가정보 기준 신용점수 744점 이하) 소상공인 14만명이다. 연1%의 저금리로 최대 1천만원씩 1조4천억원을 지원한다.

문제는 정부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기조로 고신용자에 대한 은행 대출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점이다. 이에 고신용 소상공인들은 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신용등급을 하락시키고 있다.

실제로 신용도가 800점을 조금 넘는다는 자영업자 A씨는 “조건을 맞추려고 현금서비스를 받았는데 이것도 자주 받은 이력이 있으면 신용도가 안 떨어진다고 해서 결국 저축은행에서 300만원을 대출받아 신용도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면서 “대출을 받으려고 어렵게 지켜온 신용도를 떨어뜨려야 하다니 너무 암담하다”고 한탄했다.

남양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B씨는 “신용등급이 높은 주변 지인이 신용도를 떨어뜨리려고 카드값을 연체하고 카드론을 신청 한다 길래 극구 말렸다”면서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왜 대출을 받을 수 없는건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신용 실수요자들의 대출 억제는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주들이 결국 금리가 더 높은 위험한 대출에 의존하게 되면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이 증가될 수 있다”면서 “신용도가 양호하고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대출 숨통을 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는 중·저신용자 소상공인들의 금융지원정책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는 저신용 소상공인 대상 희망대출과 함께 코로나19 피해 중신용 이상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계획을 이달 중 발표하고 시행할 방침이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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